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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광 매니저 탓 앵벌이”... ’MBC스페셜‘ 유진박, ‘7억 사기’ 전말→새 출발 예고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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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광 매니저 탓 앵벌이”... ’MBC스페셜‘ 유진박, ‘7억 사기’ 전말→새 출발 예고 (종합)

입력
2019.06.11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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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과 매니저 K씨의 사건 전말이 공개됐다. MBC 캡처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과 매니저 K씨의 사건 전말이 공개됐다. MBC 캡처

‘MBC 스페셜’이 비운의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과 그에게 사기를 친 혐의를 받고 있는 매니저 K씨 사이의 진실을 공개했다.

10일 오후 방송된 MBC ’MBC 스페셜‘은 ’천재 유진박 사건 보고서‘라는 제목으로 비운의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의 이야기를 단독 공개했다.

유진박은 지난 2009년 노예계약 파문의 주인공이 된 데 이어, 2013년 곱창집 연주사건 등을 통해 그가 오랫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착취당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안긴 바 있다. 유진박은 이후 매니저 K씨를 만나 새 출발을 알렸다. 매니저 K 씨는 유진박을 처음 한국 무대에 세웠던 인물이었다.

매니저 K씨는 “그 동문이 하루는 연락이 와서 뉴욕에 아주 어마어마한 친구가 있다는 거다. 처음 봤는데 온 몸에 바늘이 돋더라. ’이런 물건이 있구나‘ 너무 놀랐다”고 처음 유진박을 만났을 당시를 회상했다.

매니저 K씨를 만난 이후 유진박은 한국 무대에 데뷔해 큰 인기를 얻으며 시트콤 ’논스톱‘을 비롯해 다양한 인기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가로 무대들을 채우며 전성기를 누렸다. 당시 3년의 활동을 끝으로 15년 간 떨어져 살았던 두 사람은 지난 2015년 재회했고, ’MBC 스페셜‘ 팀이 촬영을 위해 유진박을 찾았을 땐 함께 생활 중이었다.

유진박의 달라진 일상을 촬영하던 제작진은 촬영이 한창이던 지난 4월 PD 앞으로 도착한 한 통의 제보 편지를 받았다. 해당 제보 편지 속에는 “유진박이 공연을 하고도 정작 본인은 공연비를 한 푼도 받지 못하며 노예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유진박의 일상을 촬영하며 매니저 K씨가 유진 박의 일거수일투족을 세심하게 챙기는 모습을 지켜봐 왔던 PD는 “처음엔 이 같은 제보를 쉽게 믿지 못했다”고 말했다.

4년 전 어머니마저 돌아가신 뒤 형제 하나 없는 고아 신세가 된 유진박에게 매니저 K씨는 형이자 보호자 같은 존재였다. 실제로 유진박이 매니저 K에게 상당히 의존적인 모습을 보이는 모습 역시 포착됐다. 이 같은 상황 속 유진박이 소위 ’앵벌이‘를 하고 있다는 제보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돼 가던 중, ’MBC 스페셜‘ 제작진은 유진박을 촬영했던 영상 속에서 K씨의 이상행동을 찾아냈다.

매니저 K씨가 촬영을 위한 마이크를 찬 상태에서 혼잣말로 “나 이거 조심해야겠다. 지금 이게 다 녹화되는 거 아니야. 큰일났다. 미치겠다, 정말”이라고 말하거나,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3만원만 이체해 주면 안 되겠냐. 공연 끝나면 내가 이체해 주겠다. 미안하다”라는 내용으로 통화하는 모습 등이 화면에 담긴 것이다.

더불어 유진박의 오랜 팬들 역시 매니저 K씨의 재정 상태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했다. 유진박의 팬들은 “유진이가 벌었던 돈, 뉴저지 집, 유진이가 엄마하고 같이 살았던 집, 전부 다 알뜰하게 저축해서 부동산에 투자하셨다. 그런데 그 돈이 다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며 “(유진박의) 보이는 모습은 거지 중에 상거지다. 연예인이라고 할 수가 없다”고 의문을 표했다.

제작진의 확인 결과 매니저 K씨는 약 7억 원 상당의 유진박의 재산에 손을 댄 상태였다. MBC 캡처
제작진의 확인 결과 매니저 K씨는 약 7억 원 상당의 유진박의 재산에 손을 댄 상태였다. MBC 캡처

결국 수소문 끝에 ’MBC 스페셜‘ 제작진은 제보자를 만났다. 제보자는 “유진이가 만난 역대 매니저 중에 그 놈이 제일 나쁜 놈이다. 다른 놈들은 가둬놓고 때리고 했지만 돈, 재산에는 손을 안 댔지 않나”라며 매니저 K씨의 행태를 고발했다.

이어 제보자는 매니저 K씨가 유진박이 어머니로부터 상속받은 2,000평가량의 제주도 땅을 몰래 팔았다고 주장했다. 제작진의 확인 결과 유진박의 제주도 땅은 시세보다 약 1억 8천만 원 가량 저렴한 약 3억 2천만 원에 처분됐다. 당시 매매를 진행한 이는 K씨였다. 뿐만 아니라 매니저 K씨는 유진박이 현재 거주 중인 집의 보증금 1억 원 중 5천만 원을 이미 가져간 상태였으며, 월세는 10개월 이상 연체돼 있었다.

매니저 K씨가 손 댄 유진박의 재산 규모는 사채 2억 원, 부동산 5억 원을 합해 총 7억 원 상당이었다. 제보자는 이 같은 K씨의 행동 원인에 대해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도박의 문제다. 너무 극단적일지 모르지마는 유진이가 앵벌이를 하는 거다. 유진이가 앵벌이를 해서 그 돈으로 자기가 도박을 하는 거다. 이건 100%, 150%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확인 결과 매니저 K씨는 주변인들 사이에서 소문난 도박광이었다.

모든 정황을 알게 된 제작진은 조심스럽게 유진박에게 “독립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꺼냈고, 뜻밖에도 유진박 역시 독립과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유진박의 마음을 확인한 제작진은 서울시 장애인인권센터를 찾아 유진박과 매니저 K씨의 분리 절차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법적인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고, ’성년 후견인 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유진박의 독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제작진은 유진박에게 매니저 K씨의 만행을 알리기 위해 나섰다. “매니저가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판 것을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 유진박은 제주도에 재산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답했다. 제작진은 K씨의 거짓말과 재산 횡령 증거들을 유진박에게 공개했지만, 유진박은 “매니저 K씨는 정직한 사람이다”라며 현실을 부정했다.

결국 제작진은 미국에 거주 중인 유진박의 이모와 전화 연결을 시도했고, 이모는 “그 사람이 우리를 배신했다. 나는 네가 정신 바짝 차리고 상황을 이해했으면 좋겠다. 지금은 위기다”라고 말했다. 그제야 상황을 받아들인 유진박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제작진은 유진박과 매니저 K씨의 만남을 주선했고, 유진박을 대신해서 그동안 취재한 이야기를 전달했다. K씨는 “이모님과 통화하고 정리되는 내용을 PD님께 전달 드리겠다”고 순순히 상황을 받아들였다. 이후 유진박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지인의 집에서 독립생활을 시작했다.

유진박이 매니저 K씨에서 독립해 새 출발에 대한 마음가짐을 다졌다. MBC 화면 캡처
유진박이 매니저 K씨에서 독립해 새 출발에 대한 마음가짐을 다졌다. MBC 화면 캡처

매니저 K씨가 자신을 속이며 망가트린 재정 상태를 확인하고 현실을 직시한 유진박은 마지막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저는 조금 속물이었다. ’난 유진박이야‘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며 “어쩌면 앞으로도 그럴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저는 뮤지션이고 뮤지션이라면 이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을 알아야 한다. 누군가는 뮤지션이 아티스트라고 하지 않나. (살아남을) 자신 있다. 새로운 마음 갖고 열심히 하려 한다”며 새 출발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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