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전기차와 수소차 등 저공해차 의무 보급 목표를 채우지 못한 완성차 회사에 대해 판매목표량에서 채우지 못한 만큼 분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1월부터 전국으로 확대되는 ‘저공해차 의무판매제’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도 최대 과징금 500만원 부과에 그치는 등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판매 부진에 대해 정부가 기업에 책임을 떠맡기려 한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무리한 정책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환경부에 따르면 환경부는 국내 완성차 제조ㆍ수입ㆍ판매업체의 저공해차 판매 촉진 방안을 이달 내 국회에 보고할 방침이다. 각 업체별로 목표 판매량을 채우지 못할 경우 페널티 형식의 분담금을 부과하거나 전기차 충전소 설치 등으로 대체할 수 있는 내용이 핵심이다. 온실가스 배출권처럼 저공해차 판매실적에 따른 ‘크레딧’을 여유 업체와 부족 업체가 사고 팔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저공해차는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일정 수준 이하인 차량으로, 전기차와 수소차(1종), 하이브리드차(2종)를 비롯해 일부 LPG차와 휘발유차(3종)도 포함된다. 국내 저공해차 판매량은 2015년 30만 1,270대에서 지난해 29만 1,098대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에 환경단체 등은 온실가스 감축과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판매량을 크게 늘려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환경부는 2005년부터 수도권에 한해 ‘저공해차 의무보급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저공해차 보급계획을 제출하지 않거나 승인받지 못한 경우에만 과징금 500만원을 부과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올해를 기준으로 서울ㆍ경기 지역 총 판매량의 12%를 저공해차로 판매해야 한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 환경부 등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의무판매제를 지키지 못한 완성차 업체에 1대당 과징금 5,000달러를 부과하고 있다. 무공해차 의무판매제를 도입한 중국은 올해 목표치 10%를 내년에는 12%로 높이기로 했다. 중국은 의무 판매 목표를 채우지 못한 기업 명단을 공개하고, 보조금과 세제 혜택 폭도 대폭 줄이며 신차 판매를 불허하는 정책도 시행하고 있다.
다만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저공해차 보급을 확대하겠다는 정부 설명도 불구하고, 전기차 등 저공해차 출시 준비가 미흡한 일부 완성차 업체에서는 시행시기가 너무 빠른 것 아니냐고 불만을 표시한다. 또 재계 등에서는 목표량이나 부담금 액수를 정하지도 않고 정부가 목표 달성을 위해 무리하게 기업을 압박하는 정책을 시행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한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친환경차 수요량이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 등의 지원책 확대 없이 규제만 부과하고 있어 기업에 부담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자동차 업계의 기술 개발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도 “준비기간을 너무 많이 주면 기술력이 뒤처질 수도 있고 너무 서둘러 시행하면 일회적 환경 규제가 될 수도 있어 충분한 논의 후 페널티 부과 시점을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륜민 환경부 대기환경과장은 “저공해차 판매 목표 비율, 시행시기 등에 대해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며 “분담금 제도의 유연성을 높이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한 뒤 이달 중 국회에 보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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