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싱키서 핀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 낙관 전망 이례적 피력해 관심
문재인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이미 많은 진전을 이뤘다”며 “조만간 남북 간 북미 간 대화가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한반도 비핵화ㆍ평화구축 협상 재개를 담보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은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경색된 겉모습과 달리 남북 또는 북미 간 긴박한 물밑 접촉이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이 주목되고 있다. 특히 청와대 측도 최근들어 북한과의 접촉 노력을 부인하지 않는 언급이 늘고 있어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핀란드를 국빈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헬싱키의 대통령궁에서 니니스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와 지속적인 지지를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트랙 2’ 대화의 장을 마련하셔서 3국 간의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큰 도움을 줬다”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성공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원을 당부 드린다”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두 차례의 트랙 2 대화는 지난해 3월 핀란드에서 열린 남북미 3국 간 반관반민 대화, 지난해 10월 핀란드에서 열린 남북미중 4국 간 반관반민 대화를 뜻하는 것이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니니스퇴 대통령은 “올해 핀란드가 유럽연합(EU) 의장국이 된다. EU가 어떻게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지 많은 노력을 하겠다”고 문 대통령에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공동 기자회견 질의응답에서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나면서 비핵화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진 게 아닌가 하는 염려가 있다”면서도 “대화의 모멘텀이 유지되고 있고, 남북 간 북미 간 대화를 계속하기 위한 대화가 이뤄지고 있기에 조만간 남북ㆍ북미 간 대화가 재개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핀란드 정부의 북미 대화 주선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대화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제3국의 주선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며 재차 북미 간 대화 트랙이 가동되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이와 관련해 '남북, 북미 간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언급은 최근 대화의 진전이 있다는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청와대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남북·북미 간 다양한 경로·방법 등을 통해 대화들이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양 정상은 또 5G(세대) 이동통신 등 ICT(정보통신기술) 제반 분야에서 양국이 긴밀히 협력해 나가고 방산ㆍ에너지ㆍ보건 등 새로운 분야로 협력을 다변화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우리 K-9 자주포 수입국인 핀란드와의 방산 협력을 지속 확대해 나갈 것을 희망했다.
문 대통령은 단독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핀란드는 혁신, 포용, 평화를 상징한다. 한국 정부도 국정철학으로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며 “핀란드로부터 많이 배우고자 한다”고 말했다. 니니스퇴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빈방문을 한 지 13년이 됐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양국은 문 대통령의 이번 국빈방문을 계기로 핀란드에 스타트업 거점 센터를 설치하는 내용의 △중소기업ㆍ스타트업 혁신분야 협력 △부산-헬싱키 간 직항로 개설 등의 12건의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성평등 사회 실현에 있어서 국제사회 모범국인 핀란드의 지혜를 빌리기 위해 성평등 분야 정책 교류 내용을 담은 양해각서도 교환했다.
헬싱키=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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