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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ㆍ승진 대가로 10억원 꿀꺽… 비리 늪에 빠진 부산항운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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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ㆍ승진 대가로 10억원 꿀꺽… 비리 늪에 빠진 부산항운노조

입력
2019.06.10 17:22
수정
2019.06.10 19:5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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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운노조 사무실. 연합뉴스
부산항운노조 사무실. 연합뉴스

2017년 5월 부산항운노조 위원장이었던 A(53)씨는 자신이 소속돼 있던 항만 터미널 운영사가 2개로 분할된 뒤 한쪽 항만 터미널 운영사로부터 정기적으로 급여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A씨는 자신의 조카를 다른 쪽 터미널 운영사에 보내 “2개의 터미널 운영사가 급여를 60대 40으로 나눠서 지급하기로 했으니 귀사가 급여 40%를 부담해 지급해야 한다”는 말을 전했다. 항운노조 위원장의 말이라 거짓이라는 생각하지 못한 이 터미널 운영사는 A씨에게 그 해 12월까지 8,441만원의 급여를 지급했다. A씨는 이 같은 사기 행각으로 급여를 이 기간 동안 2곳에서 받아 챙겼다.

2000년대 중반 대규모 취업 비리로 비리복마전 오명을 뒤집어 썼던 부산항운노조에서 또 다시 대규모 비리가 드러났다. 부산지검이 4개월 동안 부산항운노조를 수사한 결과 불법적인 채용, 인사 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전ㆍ현직 노조 간부 등 수십 명을 적발했다. 부산항운노조는 2005년에도 검찰 수사로 40여명이 구속기소 되는 등 해마다 취업과 승진 등의 비리로 수사를 받아왔다.

부산지검 특수부(부장 박승대)는 A씨를 비롯한 B(70)씨 등 전 위원장과 터미널 운영사 임직원 4명, 일용직 공급업체 대표 2명 등 31명을 기소(16명 구속기소)하고 도주한 항운노조 지부장 1명을 지명수배했다고 10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 B씨 등 노조 간부 14명은 항운노조 가입을 비롯한 승진과 정년 연장, 신항 전환배치, 일용직 공급 등 취업 및 인력공급 전반에 걸쳐 모두 10억여 원의 돈을 받았다. 이들은 노조원 가입이나 승진, 복직, 정년 연장 등의 대가로 적게는 1,000만원에서 많게는 5,000만원을 받았다.

2013년부터 지난 5월까지 항운노조 위원장이었던 A씨와 노조 집행부는 청탁을 받아 항운노조 간부의 친인척 등 외부인 105명을 조합원인 것처럼 올려놓고 근무여건이 좋은 부산신항의 물류 업체에 전환 배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환 배치는 신항 업체에 숙련된 인력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진행되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항만 근무 경험이 전혀 없는 외부인을 항운노조원으로 꾸며 취업시킨 것이다. 검찰은 “이는 새로운 유형의 조직적 채용비리 형태로 불법 취업자 중 60%가 반장 이상 노조 간부의 친인척이거나 주변인이었다”고 말했다. 때문에 기존에 있던 조합원들은 여건이 좋은 신항 업체에 추천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당시 항운노조 위원장이었지만 A씨는 노조원의 정리해고에 동의한 대가도 챙겼다. 2013년 한 터미널 운영사가 경영이 어려워 항운노조원에 대한 정리해고를 추진했다. 노조원에 대한 정리해고는 항운노조 집행부의 동의 여부가 아주 중요하다. 여기서 A씨와 노조 집행부가 노조원에 대한 정리해고에 동의를 해 줬다. 이후 임금협상에서도 터미널 운영사에 협조해 주고 A씨는 사례금으로 1,500만원을 현금으로 받았다. A씨는 또 보험설계사인 자신의 처를 통해 회사 소속 조합원 348명을 단체 연금보험에 가입하도록 해 수당 4,098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 등을 받고 있다.

2009년부터 1년 4개월간 위원장으로 있던 B씨는 2017년 부산교도소 수감 중 동료 수형자 아들의 취업 대가로 1,000만원을 받는 등 3회에 걸쳐 취업 청탁으로 5,000만원, 승진 대가로 8회에 걸쳐 2억9,800만원을, 정년 연장 대가로 9,52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부산항운노조는 일용직 공급업체, 터미널 운영사와 유착해 비리도 저질렀다.

부산항운노조는 2014년부터 일용직 항운노조원을 터미널 운영사 등에 공급하며 노무관리를 특정업체가 대행하도록 했다. 항운노조 지부장 친형이 운영한 이 업체는 일용직 공급권을 독점, 설립 2년 만에 연 매출 200억원 대로 급성장했다. 덕분에 법인 자금 50억원을 빼돌려 부동산, 외제 차를 구매하는 등 사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빼돌린 돈 중 7억원 가량은 독점적인 노무 공급권을 유지하기 위해 항운노조 간부나 터미널 운영사 간부에게 금품로비 등에 쓰였다.

국가인권위원회 간부가 항운노조 비리에 가담한 사실도 드러났다.

인권위 서기관 C(55)씨는 인권위 부산사무소장으로 있던 시절 채용 비리로 구속된 전 부산항운노조 위원장의 가석방과 특별면회 등 편의를 알선해 준 대가로 3,000만원을 받은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C씨가 자신이 교도소 등 구금시설의 인권침해 행위에 대한 조사권한을 갖고 있어 부산교도소 관계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지위를 이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국가 기반시설인 항만에 대한 비리 수사가 부산항만의 경쟁력 강화와 항만 구성원의 처우 개선을 이어지도록 유관 기관과 제도 개선 노력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며 “항운노조의 금품수수 비리 등에 대한 수사도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산=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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