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1주년이다. 70년 적대관계를 뒤로 한 북한과 미국 정상의 만남은 한반도 평화를 향한 여정의 출발이었다. 1년이 지난 지금 북한 비핵화에 가시적 진전이 없는 불안정성이 계속되고 있지만 싱가포르 회담 이전보다 한반도 평화를 향한 역사의 진전이 이뤄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돌이켜보면 싱가포르 회담 이후 1년은 파란만장 그 자체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싱가포르에서 가진 첫 만남에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 한반도 비핵화, 유해 발굴 등 네 가지를 합의했다. 미국도 북한도 모두 세기적인 만남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또 회담 후에는 합의 실천을 위한 후속 조치들이 이어졌다. 회담 일주일 후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유예됐고, 7월 말 북한의 미군 유해 55구 송환 등이 이뤄졌다.
그러나 비핵화 방안에 있어서는 진전이 더뎠다. 비핵화 해법과 평화체제 구축 방안에 대한 이견으로 고위급회담 무산이 반복됐고, 사이사이 비핵화 방안과 대북 제재 해제 여부를 두고 한반도 주변국 간 대립과 갈등이 재연됐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2월 하노이 2차 정상회담이 열렸지만 ‘노딜’로 끝나버렸고, 이후 비핵화 협상은 지금껏 교착 상태다.
그렇다고 한반도 평화를 향한 비핵화 여정의 앞날을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ㆍ협상을 통한 비핵화 의지가 분명하다. 비핵화 방식을 놓고 미국의 ‘빅딜’과 북한의 단계적ㆍ동시적 해법이 평행선을 긋고 있지만 앞으로 실무협상 과정에서 얼마든지 비핵화 로드맵과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체결 등의 주고받기 가능성은 열려 있다.
북한이 내년 미 대선을 겨냥해 연말로 시한을 정하고 미국의 태도 변화를 거듭 요구하는 것은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미국도 북한의 체제 보장 및 제재 완화 요구에 좀 더 융통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마침 싱가포르 회담 1주년에 맞춰 문재인 대통령이 ‘오슬로 선언’을 내놓는다. 2017년 ‘베를린 선언’으로 북미 대화 물꼬를 텄듯이 창의적인 한반도 평화 구상으로 비핵화 협상을 다시 본궤도에 올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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