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년 올라갈수록 향상 폭은 더 커”
올해로 도입 10년째를 맞은 혁신학교는 학생들의 ‘학력수준’ 논쟁에 끊임없이 시달려 왔다. 주입식 교육을 지양하고 체험과 토론학습을 강조하는 혁신학교에 대해 보수진영은 “기초학력 수준이 떨어진다”며 공세를 펴고, 반대 쪽에선 이를 반박하는 통계를 제시하며 “새로운 교육체제에 대한 근거 없는 모함”이라 맞선다. 이를 두고 교육계에선 당국의 혁신학교 확대 의지가 분명한 상황에서 논란이 되는 지점에 대해 모두가 수긍할 만한 객관적 성과를 보여줘야 할 때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단지 내 해누리초ㆍ중을 비롯해 최근 혁신학교 공모신청을 포기한 강남구 대곡초 모두 혁신학교 지정을 둘러싸고 주민들 사이에선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의사결정 과정에 학부모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표면적 반대 이유였지만 실제론 ‘혁신학교는 학력수준이 떨어진다’는 학부모들의 우려 탓이 컸다. 혁신학교를 반대하는 학부모들은 “(혁신학교는) 공부는 뒷전”이란 이유를 가장 큰 반대 근거로 내세운다. 서울 강남구의 한 혁신초 학부모 A씨는 “노는 건 학교, 공부는 학원이란 말까지 나온다”고 토로했다.
보수 야당이 제시하고 있는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2017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2016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기초학력에 미달한 혁신학교 고교생 비율은 11.9%로 전국 고교 평균(4.5%)의 3배에 가깝다”고 밝혔다. 애초 혁신학교가 교육 여건이 낙후된 지역을 중심으로 우선 지정된 탓에 나타난 ‘착시현상’이란 교육부의 해명에도 이 수치는 지금까지 혁신학교 반대논리에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7년간(2009~2016년)의 초중고교에 이르는 전국단위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자료를 이용해 발표한 ‘혁신학교 성과분석’을 보면 혁신학교가 일반학교에 비해 학업성취도가 뒤처지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온다. 동일 지역 내 혁신학교와 일반학교를 비교했더니 별다른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혁신학교 학생의 성적이 더 높았다. 가령 수학의 경우 서울지역 혁신중 학생의 평균성적은 98.69점으로 일반학교(101.84점)보다 낮았지만, 입학성적과 경제수준 등의 변수를 적용해 계산하니 일반중의 수학평균(98.67점)은 오히려 혁신중보다 낮았다. 연구진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혁신학교 경험자들의 성취도 향상 정도가 더 크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선 ‘학력저하’ 논쟁을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이용한 ‘악의적 프레임’이라면서도 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당국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황영남 미래교육자유포럼 대표는 “학부모들의 우려가 이 정도로 큰 공교육제도는 객관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병부 경기도교육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새로운 교육 전반에 대한 공격의 구실로 혁신학교를 이용하려는 시도가 있어온 게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도입 초창기와 달리 양적 팽창을 거듭하면서 혁신학교 스스로도 성취의 근거들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측면이 크다”고 꼬집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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