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의원들이 10일 내홍을 수습할 혁신위원회를 조속히 출범시킨다는 데 뜻을 모았다. 그러나 혁신위원장을 누가 맡을지, 혁신위가 손학규 대표의 퇴진 문제도 다룰지 등에 대해선 결론을 내지 않아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바른미래당은 이날 국회에서 오신환 원내대표 취임 이후 첫 국회의원 연찬회를 가졌다. 바른미래당은 당초 1박2일 일정으로 강원도 모처에서 열 예정이었지만, 국회 정상화 논의가 무르익어 6월 임시국회가 개회할 것이란 기대가 나오면서 장소와 일정을 바꿨다. 연찬회엔 손 대표와 유승민 전 대표를 비롯한 대부분 의원들이 참석해 당내 다양한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오 원내대표는 연찬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조속히 혁신위를 구성해 당이 계속된 갈등에서 벗어나고 민생과 어려운 경제를 챙기는 대안 정당이 돼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혁신위는 당의 혁신과 21대 총선을 위해 모든 혁신방안을 검토하고, 최고위원회는 혁신위 결정사항을 존중해 안건으로 상정하고 토론을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손 대표 퇴진을 논의할지는 혁신위가 판단할 문제”라며, 혁신위원장 인선과 관련해선 “오늘 이름조차 어느 분도 언급된 바가 없다. 언론에 나온 이름은 대부분의 의원이 알지만, 공식적으로 손 대표가 이름을 언급하거나 내용을 전달하진 않았다”고 전했다.
현재 손 대표를 포함한 당권파는 주대환 ‘플랫폼 자유와 공화’ 공동의장을 혁신위원장으로 세우기로 사실상 의견을 모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비당권파는 당내 최다선(5선)인 정병국 의원이 적합하다 주장하고 있어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한편 손 대표 측근으로 꼽히는 송태호 바른미래당 윤리위원장이 10일 사직서를 냈다. 송 위원장은 손 대표 비판 발언을 한 하태경 최고위원은 징계 절차에 부친 반면, 유승민 전 대표를 향해 “꼭두각시들 데리고 자유한국당 돌아가라”고 말했던 이찬열 의원에 대해선 징계 사유가 안 된다고 판단해 바른정당계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아왔다.
송 위원장의 사직 의사를 담은 입장문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장진영 대표비서실장이 손 대표에게 대신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위원장은 입장문에서 “더 이상 제가 당 지도부 퇴진이나 당권 장악을 향한 세싸움의 빌미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위원장직을 사퇴한다”면서도 “윤리위는 당헌당규에 근거한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운영돼 왔다. 정치적 공세 앞에서는 규정이나 윤리적 가치가 무시당하는 당내 현실을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손 대표는 “인격적으로나 덕망으로 보나 우리나라 어떤 분에도 뒤지지 않는 훌륭한 분인데, 저와 개인적으로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돼 마음이 많이 아프다”고 말했다. 송 위원장의 자진사퇴로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갈등 요인 하나가 해소됐지만, 하 최고위원 등에 대한 징계 결정은 늦어질 전망이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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