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카드가 결제금액 5만원 이하에 대해선 고객 요청이 없는 한 종이 영수증을 발행하지 않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나섰다. 카드업계 입장에선 연간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실물 영수증 발급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고 당국도 법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종이 영수증이 급속히 사라지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KB국민카드는 다음달부터 무서명 거래가 가능한 5만원 이하 거래에 대해 고객이 종이 영수증 발급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10일 밝혔다. 지금껏 회원용과 가맹점용 총 2매를 발급하던 종이 영수증을 가맹점용 1매만 발행하고 회원용은 고객이 요청할 때만 발급한다는 것이다.
KB국민카드의 움직임은 그간 카드업계가 금융당국에게 건의해온 ‘영수증 선택적 발급’과 맞닿아 있다. 카드사들은 고객들이 종이 영수증을 잘 챙겨가지 않고 문자 메시지, 푸시 알림 등 휴대폰을 통한 결제 내역 통지서비스가 보편화된 만큼 종이 영수증 발급은 불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카드업계는 종이 영수증 감축이 필요한 이유로 환경 문제 등을 거론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비용 절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 결제에 따른 영수증 발급 비용은 560억9,000만원에 달한다. 현행법상 카드 영수증 발행 의무는 가맹점에 있지만 관행적으로 카드사가 그 비용을 부담한다.
정부는 그간 관련 법령(부가가치세법)을 들어 가맹점의 영수증 발급은 법적 의무라고 못박으면서도 영수증 발급 형태가 꼭 ‘종이’여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는 점은 인정해왔다. 이에 따라 카드업계가 찾은 대안은 ‘전자영수증’이었다. 신한카드는 카카오페이와 제휴해 모바일로 카드 영수증을 받아보는 서비스를 이달부터 시범 운영 중이고, 롯데카드와 하나카드 등도 카카오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전자영수증을 발행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카드사 입장에선 종이 영수증 발행 비용(건당 7원)보다 싸긴 하지만 카카오페이 등 제휴업체에 건당 6.6원을 내야 해 효과적 대안은 아니라는 평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KB국민카드가 보다 경제적인 대안을 내놓자 업계에선 적극 지지하는 분위기다. KB국민카드는 가맹점 표준약관에 있는 ‘5만원 이하 거래 시 회원 본인의 의사에 따라 매출전표(영수증) 또는 취소매출전표 실물을 교부하지 않을 수 있다’(제5조 8항)는 조항을 이번 제도 시행의 근거로 내세웠다. 나아가 카드사 홈페이지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결제 내역 확인과 영수증 출력이 상시 가능한 만큼 사실상 전자영수증을 발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KB국민카드는 제도 도입으로 연간 20억장 이상 발급하는 회원용 매출전표를 최대 90%(18억장) 줄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도 KB국민카드의 논리에 원론적으로 수긍하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영수증의 본질은 소비자에게 결제 내역을 ‘통지’하는 것이며 실물 형태로 ‘발행’하는 건 부차적인 사안”이라며 “다만 서비스의 적법성 여부는 개별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이 방안이 당국과 카드업계 양쪽의 이해관계를 충족시키면서 비용을 가장 효과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방법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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