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등 공산품 관세 철폐 유지
한국과 영국이 양자간 자유무역협정(FTA)에 원칙적 타결을 이뤄냈다. 영국이 유럽연합(EU)을 아무런 합의 없이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No Deal Brexit)’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한-EU FTA에 의한 상호 무관세 혜택이 한국과 영국 간에 사라지면서 수출 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번 FTA 타결로 양국 간 교역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과 리암 폭스 영국 국제통상부 장관은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영 FTA 협상의 원칙적 타결’을 공식 선언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조속한 시일 내에 법률검토 등 정부 내 절차를 완료한 후 정식서명을 마치고, 국회 비준 등 국내절차를 순조롭게 완료하겠다”며 “올해 10월31일 예정된 브렉시트 이전에 한ㆍ영 FTA가 발효 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양국 간 관세가 부활하면서 우리나라 수출 기업들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됐다. 산업부에 따르면 한ㆍ영 간 지난해 연간 총 교역액은 144억4,000만달러(약 16조1,742억원)에 달했다. 이 중 우리나라의 대(對) 영국 수출액은 81억2,000만달러였고, 18억달러 흑자가 발생했다. 지난해 발효 7년차를 맞은 한ㆍEU FTA 덕택에 우리나라의 주력 품목이 무관세로 영국에 수출된 덕분이다. 하지만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우리나라 기업이 영국으로 수출하는 2,948개 품목 중 2,186개 품목(74.2%)에서 관세가 최대 10%까지 오르게 된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한ㆍ영 FTA 타결 선언식에서 “브렉시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해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며 “우리 업계가 영국 내 변화에도 동요 없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비즈니스를 해 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은 이번 한ㆍ영 FTA에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등 모든 공산품의 관세 철폐를 유지하기 위해 한ㆍEU FTA에서 규정한 양허(관세율)를 동일하게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소고기, 사과, 인삼 등 9개 품목을 대상으로 한 농업 긴급수입제한조치(ASG)는 국내 농업의 민감성을 고려해 EU 보다 낮은 수준에서 발동할 수 있도록 기준을 낮췄다. 이밖에 FTA 내 ‘원산지’ 규정의 경우 양국 기업이 EU 지역 내 운영하고 있는 기존 생산ㆍ공급망 조정 시간을 감안, EU산 재료를 사용해 생산한 제품도 3년 한시적으로 역내 생산으로 인정하기로 했고, ‘지적재산권’은 스카치위스키 등 영국의 2개 주류품목과 보성녹차ㆍ이천쌀ㆍ순창전통고추장ㆍ고려홍삼ㆍ고창복분자ㆍ진도홍주 등 우리 농산 및 주류 64개 품목에 대해 지리적 표시로 인정하고 보호를 지속하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양국은 브렉시트 상황이 안정화할 경우, 한ㆍEU FTA보다 자유화 범위를 확대하는 수준으로 2년 내 협정을 업그레이드(상향)할 수 있는 근거조항도 마련했다”며 “영국이 EU 탈퇴를 합의해 이행기간이 확보되는 경우에는 이행기간 중 보다 높은 수준의 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을 조속히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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