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염이나 콜린성 두드러기로 생각됩니다. 심하지 않다면 보습제를 바르고 당분간 지켜보세요.’
지난달 일본으로의 휴가를 위해 비행기에 오른 직장인 이유미(27)씨는 여행 첫날 허벅지와 팔에 오돌토돌한 피부 발진이 일어나자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 지식인 서비스에 환부의 사진을 찍어 올리고 위와 같은 답변을 받았다. 답변을 해준 이는 소속 병원과 이름, 얼굴까지 밝힌 피부과 전문의. 이씨는 “병원에 가진 않았지만 의사가 대답해주니 마치 진찰을 받은 기분이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며 “이번처럼 해외거나 밤 늦은 시간이라 병원에 방문하기 어려울 때 종종 질문을 올리는 편”이라고 했다.
포털사이트나 건강의학관련 사이트 등에서는 의사와의 질의응답을 통한 온라인 상담이 하루에도 수백 건 이상 이뤄진다. 그런데 이런 상담은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의료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의료법을 위반하는 행위일까 아닐까.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내놓은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은 상담 자체는 괜찮지만, ‘의학적 지식’에 기반한 상담 및 조언은 의료법 위반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에서 제공할 수 있는 건강정보 서비스의 허용 범위와 관련 실질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고자 만들어졌지만, 의료계에선 추상적인 내용으로 오히려 현장의 혼란을 부채질했다는 불만이 나온다.
네이버 지식인 서비스의 상담 의사로 활동하는 재활의학과 전문의 박모(43)씨는 “증상을 듣고 특정 병명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의학적 소견인데, 상담을 하면서 의학적 지식은 넣지 말라는 가이드라인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피부과 전문의 김모(38)씨는 “내성발톱 사진을 올리고 ‘병명이 무엇이냐’고 묻는 경우 보통 내성발톱이니 일단 약물로 치료하고 차도가 없으면 수술을 해야 한다고 조언을 해주는데, 가이드라인을 보면 이 정도도 말해선 안 된단 의미인지 헷갈릴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의료인이 ‘이런 이런 문제가 있는 것 같으니 병원에 가봐라’고 말하는 정도로는 위법이 아니다”라면서 “사례를 봐야겠지만 확진을 내리거나 구체적인 처방 등 심화된 의학적 지식이 오고 간다면 의료법 위반일 수 있다”고 했다. 즉 똑같이 ‘감기’라는 병명을 언급하더라도 “감기인 것 같다”는 상담은 의료법 위반이 아닌 반면 “감기다”라고 말한다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의료법 상 의료인이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의료행위를 행한 경우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장 과장은 “다만 이번 가이드라인은 현행 의료법에 따라 불명확했던 부분을 정리한 것으로 새로운 규제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또 의료법 상 의료행위는 구체적인 사례마다 달라질 수 있는 만큼 향후 ‘유권해석’을 통해 의료행위 해당 여부 판단을 도울 계획이다. 권준욱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이번 사례집에 담지 못했거나 기술발전을 통해 다양하게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에 대해서는 위원회 자문을 거쳐 사례를 축적하고, 이를 토대로 의료행위와의 구분 기준과 사례를 지속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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