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항운노조 전 위원장 등 31명 기소
채용 비리 금품 10억, 외부인 105명 불법 취직
인권위 간부, 항운노조 수감자 편의 알선
부산항운노조 대규모 비리가 또다시 드러났다. 부산지검이 4개월 동안 부산항운노조를 수사한 결과 불법적인 채용, 인사 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전ㆍ현직 노조 간부 등 수십 명을 적발했다.
부산항운노조는 2005년에도 검찰 수사로 40여명이 구속기소 되는 등 해마다 취업과 승진 등의 비리로 수사를 받아왔다.
부산지검 특수부(부장 박승대)는 A(53), B(70)씨 등 전 위원장과 터미널운영사 임직원 4명, 일용직 공급업체 대표 2명 등 31명을 기소(16명 구속기소)하고 도주한 항운노조 지부장 1명을 지명수배했다고 10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 씨 등 노조 간부 14명은 항운노조 가입을 비롯한 승진과 정년 연장, 신항 전환배치, 일용직 공급 등 취업 및 인력공급 전반에 걸쳐 모두 10억여 원의 돈을 받았다. 이들은 노조원 가입이나 승진, 복직, 정년 연장 등의 대가로 적게는 1,000원에서 많게는 5,000만원을 받았다.
2013년부터 지난 5월까지 항운노조 위원장이었던 A씨와 노조 집행부는 청탁을 받아 항운노조 간부의 친인척 등 외부인 105명을 조합원인 것처럼 올려놓고 근무여건이 좋은 부산신항의 물류 업체에 전환 배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환 배치는 신항 업체에 숙련된 인력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진행되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항만 근무 경험이 전혀 없는 외부인을 항운노조원으로 꾸며 취업시킨 것이었다. 검찰은 “이는 새로운 유형의 조직적 채용비리 형태로 불법 취업자 중 60%가 반장 이상 노조 간부의 친인척이거나 주변인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또 단체교섭에서 보장받은 조합원 연금보험을 보험설계사인 처를 통해 가입하도록 해 수당 4,098만원을 챙기고, 일용직 공급업체에 독점적 일용직 공급권한을 주는 대가로 1억2,972만원을 챙긴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2009년부터 1년 4개월간 위원장으로 있던 B 씨는 2017년 부산교도소 수감 중 동료 수형자 아들의 취업 대가로 1,000만 원을 받는 등 3회에 걸쳐 취업 청탁으로 5,000만 원, 승진 대가로 8회에 걸쳐 2억9,800만 원을, 정년 연장 대가로 9,52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부산항운노조는 일용직 공급업체, 터미널운영사와 유착해 비리도 저질렀다.
부산항운노조는 2014년부터 일용직 항운노조원을 터미널운영사 등에 공급하며 노무관리를 특정업체가 대행하도록 했다. 항운노조 지부장 친형이 운영한 이 업체는 일용직 공급권을 독점, 설립 2년 만에 연 매출 200억원 대로 급성장했다. 덕분에 법인 자금 50억원을 빼돌려 부동산, 외제 차를 구매하는 등 사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빼돌린 돈 중 7억원 가량은 독점적인 노무 공급권을 유지하기 위해 항운노조 간부나 터미널운영사 간부에게 금품로비 등에 쓰였다.
국가인권위원회 간부가 항운노조 비리에 가담한 사실도 드러났다.
인권위 서기관 C(55)씨는 인권위 부산소장으로 있던 시절 채용 비리로 구속된 전 부산항운노조 위원장의 가석방과 특별면회 등 편의를 알선해주는 대가로 3,000만원을 받은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부산=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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