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증 등을 앓으며 소속사로부터 학대받았다던 전자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44)이 또 다시 매니저에게 착취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10일 서울시장애인인권센터의 고발에 따라 유진박의 매니저 김모(59)씨를 사기와 업무상 배임, 횡령 등 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인권센터의 고발장에 따르면 김씨는 유진박 명의로 사채 1억800만원을 몰래 얻어 사용했고, 출연료 5억600만원을 받아 빼돌렸다. 김씨는 또 유진박의 부동산을 낮은 가격에 처분해 시세 대비 차액만큼 손해를 입힌 혐의도 있다고 했다. 유진박의 손실액은 7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의혹은 유진박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던 MBC 제작진으로부터 제기됐다. MBC는 유진박 다큐를 제작하다 유진박이 매니저 김씨에게 속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인권센터에 관련 자료를 넘겼고, 인권센터는 이를 토대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장을 냈다.
미국 명문 줄리아드음대를 졸업한 유진박은 1990년대 현란한 전자 바이올린 연주로 ‘천재 바이올리니스트’라 불렸다. 고(故) 마이클 잭슨 방한 콘서트와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취임식에서도 연주를 하며 국내외에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우울증과 조울증을 앓는 등 심신이 쇠약해졌다. 2009년 전 매니저에게 폭행ㆍ감금을 당했고, 소속사로부터 착취당하고 있다는 의혹이 확산됐다. 이번에 고발당한 김씨는 1990년대 유진박의 국내활동을 도왔고, 착취 의혹 뒤 다시 만나 함께 일했다. 유진박은 4년 전 어머니가 숨진 뒤 한국 내 활동뿐 아니라 생활도 모두 김씨에게 의존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