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규에게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은 큰 도전이었다.
지난 해 방송됐던 tvN ‘계룡선녀전’에서 강렬한 비주얼과 연기가 돋보였던 박신선 역으로 주연 배우들 못지 않은 화제를 모았던 김민규는 같은 해 차기작이었던 JTBC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에서는 98년생이라는 어린 나이의 인물을 연기하며 색다른 매력을 전했다.
역할은 달랐지만 주로 판타지적 설정이 곁들여져 있거나, 현실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역할을 맡아왔던 그는 2019년 첫 작품으로 선택한 ‘조장풍’으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색의 캐릭터에 도전했다.
“선우는 ‘계룡선녀전’이나 ‘일뜨청’ 속에서 제가 맡았던 역할들과는 확실히 색이 다른 도전이었어요. 너무나 현실적이었거든요. 정말 현실 속 어디선가 선우랑 똑같은 환경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계신 분이 계실 것만 같은 설정이다 보니, 저에게도 또 다른 도전이었던 것 같아요.”
다만 김민규는 이 같은 캐릭터 변주의 이유가 이미지 변신을 위한 의도적 선택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솔직하게 말씀 드리면 이미지 변신을 목적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오디션을 보고 나서 ‘이 역할을 하면 내 이미지가 이렇게 변하겠지’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은 한 번도 없거든요. 주어진 대로 제 앞에 역할이 주어졌을 때 잘 해 보고 싶은 마음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우연히도 작품들의 순서가 이렇게 됐고, 시청자 분들께서 그런 모습들을 잘 봐 주셨던 것 같아서 다행스러운 마음이에요.”
‘조장풍’을 하면서 ‘박신선과 김선우를 연기하는 배우가 동일인물인 줄 몰랐다’는 댓글을 봤을 때 가장 기뻤다고 전한 김민규는 이번 작품 속 자신의 연기 점수로 50점을 꼽았다.
“역할로서 저를 봐주시는 게 기쁜 것 같아요. 물론 저를 알아봐 주시는 것도 감사하고 기쁘지만 연기하는 사람으로서 온전히 작품 속 인물로서 바라봐주시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한 일이잖아요. 제 연기 점수요? 50점이요. 모자란 나머지 50점은 ‘조장풍’에 함께 나왔던 배우 분들이 채워주셨다고 생각해요. 제 욕심은 100점이었지만 그 중 50점은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아직까지 제가 가지지 못한 영역이 있었던 것 같아서, 제가 100점을 다 채우려면 앞으로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지난 2014년 OCN ‘신의 퀴즈4’로 데뷔해 어느덧 5년 째 연기 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김민규. 그에게 작년 한 해가 강렬한 캐릭터를 통해 대중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해였다면, 올해는 본격적으로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하며 배우로서의 역량을 입증하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장풍’ 종영 이후 곧바로 KB2 ‘조선로코-녹두전’를 통해 열일 행보를 예고한 김민규는 올 해를 어떻게 보낼 예정이냐는 질문에 담백하면서도 소신이 묻어나는 대답을 전했다.
“작년과 올해가 다를 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조장풍’은 끝났지만 다른 작품이 주어지면 또 그 작품에 최선을 다해 임하면서 작년처럼 살아가지 않을까요. 모쪼록 올해의 끝자락에서 뒤돌아 봤을 때 ‘올 한 해도 좋은 작품들을 만났구나’ 할 수 있는 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늘 건강하게 잘 마무리 됐으면 하는 마음이죠. 제가 평소에 걷는 걸 좋아하는데, 걷는다는 건 속도에 연연하지 않잖아요. 한 발 한 발 걸어 나가는 것처럼, 제 연기 생활 역시 속도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게끔 편안하게 흘러갔으면 해요. 혹여나 어떤 작품을 하다가 잠시 멈추는 시기가 오더라도 공허해지지 않게끔요. 너무 속도를 내서 달리다가 한 순간 멈추게 되면 공허함이 밀려오는데,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게 걸어오다가 잠깐 멈추는 건 말 그대로 잠시 쉬어가는 거니까요. 그렇게 앞으로도 계속 걸어가는 게 목표에요.”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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