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김민규가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으로 안방극장에 또 한 번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김민규는 지난 달 28일 종영한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에서 조진갑(김동욱)의 옛 제자이자 상도여객 버스 기사로 근무하다 회사로부터 갑질 횡포를 당하게 된 피해자 김선우 역으로 활약했다.
김민규는 극 중 근로감독관이 돼 나타난 조진갑이 다시 한 번 정의를 위해 싸우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하는 인물로 등장하며 임팩트를 남겼다. 특히 김민규는 구대길(오대환)을 비롯해 이상이(양태수)에게 갑질과 괴롭힘을 당하는 약자 김선우의 처지를 밀도 있는 감정연기로 완벽하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는 데 성공했다.
“분량을 떠나서 선우가 맡고 있는 롤 자체가 작품의 시작을 여는 인물이자 조장풍 선생님을 다시금 싸움으로 이끄는 계기가 되는 역할이었기 때문에 오디션 당시부터 대본을 보고 ‘어려운 인물이겠다. 힘든 싸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실제로 촬영을 하면서도 몸소 느꼈죠. 어떤 점이 힘들었냐고요? 선우가 현실에서 누군가를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이었잖아요. 누군가는 흡사한 일을 겪으셨을 수도 있기에 단편적인 힘든 것만 표현하기 보다는 선우가 힘든 시간을 어떻게 보내 왔는지에 오랜 시간 고민했어요.”
오랜 고민 끝에 김민규가 완성한 김선우는 안방극장을 제대로 울렸다. 시청자들은 어린 시절부터 약자였던 김선우의 아픔에 공감하며 ‘조장풍’에 본격적으로 몰입하기 시작했다.
“선우가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가 있잖아요. 고등학교 때부터 부당함을 겪으며 억눌린 감정들이 있었는데, 어른이 됐을 때 그 트라우마를 다시 마주하게 된 거니 그 깊이가 어느 정도일지 늘 생각하려고 했어요. 제가 감히 가늠할 수 없는 아픔들이었겠지만 단편적으로만 보이지 않게끔 집중해서 감정적으로 접근하려 했었죠. 좋게 봐주신 것 같아 다행이에요.”
이번 작품에서 약자로서의 입장을 대변하는 지점에 서 있었던 김민규. 연기를 하면서 현실의 ‘갑질 풍토’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는 기자의 이야기에 그는 ‘조장풍’을 통해 느낀 점이 정말 많다고 입을 열었다.
“분노보다는 반성을 많이 하게 됐던 것 같아요. 제 스스로 ‘그 동안 내가 굉장히 무덤덤하게 지냈구나’ 싶었거든요. 그 동안은 어떻게 보면 흘러가는 대로 살았던 것 같은데 이제는 조금 더 멈춰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는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됐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고, 부당함을 떠나서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저희 작품이 갑과 을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기본적으로 사람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점에서 관계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되는 기회였던 것 같아요. 여러모로 서른 두 살의 한 남자로서 저에게 큰 의미를 준 작품이었어요.”
한편 지난 달 32회를 끝으로 종영한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은 자체 최고 시청률 8.7%를 기록하며 호평 속 종영했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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