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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폭탄 피한 멕시코, 카라반 행렬 저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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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폭탄 피한 멕시코, 카라반 행렬 저지할 수 있을까

입력
2019.06.09 17:17
수정
2019.06.09 19:12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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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과테말라 국경을 넘어 북상 중이던 이민자들이 5일 치아파스주 메타파 인근에서 멕시코 이민 당국의 급습을 받은 뒤, 무릎을 꿇고 있다. 메타파=AP 연합뉴스
멕시코-과테말라 국경을 넘어 북상 중이던 이민자들이 5일 치아파스주 메타파 인근에서 멕시코 이민 당국의 급습을 받은 뒤, 무릎을 꿇고 있다. 메타파=AP 연합뉴스

2016년 미 대선 핵심 공약으로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내세웠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물리적 장벽 대신 관세 위협으로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10일로 예정됐던 멕시코산 수입품 전체에 대한 관세부과를 연기해주고 멕시코로부터 중미 이민자를 적극 억제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와의 새 협정에 모두가 흥분했다”며 본인의 성과를 강조했지만, 이번 협상 타결이 실제 카라반(이민자 행렬)을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멕시코는 매우 열심히 노력할 것이고, 만약 그들이 그렇게 한다면 이것은 미국과 멕시코 모두에 매우 성공적인 협정이 될 것”이라며 협상 타결에 만족감을 표했다. 미 국무부가 전날 발표한 ‘미-멕시코 공동선언’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멕시코 당국은 이민자 행렬을 저지하기 위해 멕시코 전역, 특히 남쪽 국경에 국가방위군 6,000명을 배치하기로 했다. 또 중남미 출신 미국 망명 신청자들이 법원 판결을 멕시코에서 기다리도록 하는 내용의 ‘이민자보호프로토콜(MPP)’을 국경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도 수용했다. 관세폭탄을 피하는 대신 멕시코가 미국으로 향하는 이민자 저지와 수용 역할을 떠맡은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안드레스 마누엘 오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안드레스 마누엘 오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하지만 실제 미국에 도착하는 이민자 수가 극적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NYT는 미 관료 사이에 △멕시코가 동의한 내용이 충분한지 △멕시코가 약속을 이행할지 △이행한다고 하더라도 이민자가 감소할지에 대해 “깊은 회의감”이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도 합의 내용을 보고받은 뒤 변호사, 외교관, 이민국 관계자에게 이 거래가 효과가 있겠냐고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측근들은 “그렇다”고 답하면서도 이민자가 밀려드는 현상은 계속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입장도 함께 전달했다고 NYT가 보도했다.

여기에 멕시코 정부는 전통적으로 이민자들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는 태도를 유지해왔다. 이민자를 감금하고 추방하는 것 자체가 멕시코 이민법 위반일 뿐 아니라, 이들을 호의적으로 바라보는 국민들에게 ‘정부가 백악관 지시를 따른다’는 부정적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이번 합의에 참여한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무장관 역시 내정자 신분이던 지난해 10월 라디오방송에서 “이 사람들(이민자)에게 군사력을 사용하는 것은 멕시코에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우리는 그것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 소년이 6일 멕시코 국경도시 시우다드이달고의 출입국사무소에서 망명이나 인도적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시우다드이달고=AP 연합뉴스
한 소년이 6일 멕시코 국경도시 시우다드이달고의 출입국사무소에서 망명이나 인도적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시우다드이달고=AP 연합뉴스

실제 멕시코 당국은 미국과 자국 여론의 눈치를 모두 살피며 이민자 문제를 해결해왔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페냐 니에토 당시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들으란 듯 “멕시코는 우리 영토에 불법으로 입국한 사람들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당일 멕시코 경찰은 과테말라-멕시코 국경에 위치한 다리에서 이민자들에게 최루탄을 발포했다. 하지만 이는 TV 방송과 사진촬영을 위한 조치였다. 경찰은 이민자 수천 명이 뗏목을 타고 멕시코ㆍ과테말라 국경인 수치아테강을 건너 멕시코로 진입하는 걸 방치했다. 때문에 이번에 나온 국가방위군 6,000명 배치 역시 관세를 피하기 위한 ‘면피’ 조치라는 얘기가 나온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취임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암로ㆍAMLO) 대통령은 이민자 문제에 전임 니에토 대통령보다 더 온건한 입장을 취해왔다.

이번 합의가 이미 수개월 전 받아낸 약속의 반복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NYT는 이날 복수의 정부 관료를 인용해 “국가방위군 배치하는 건 멕시코 정부가 지난 3월 마이애미에서 열린 비공개 대화에서 약속한 것”이라며 “망명 신청자가 멕시코에서 대기하도록 하는 MPP를 국경 전역으로 확대하는 것 역시 지난해 12월 합의된 내용”이라고 보도했다. 사실 미 정부는 멕시코를 ‘안전한 제3국’으로 지정해 멕시코에 망명을 신청하지 않은 이민자를 자동으로 거절하려 했지만, 멕시코를 설득하는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NYT는 “트럼프가 이번 합의가 새롭고 광범위한 것이라고 실제로 믿었는지, 아니면 멕시코 관세에 대한 정치ㆍ경제적 위험 부담 때문에 체면치레를 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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