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네갈전 1골 2도움 맹활약… 한국 4강행 일등공신
한국 축구 차세대 에이스로 꼽히는 이강인(18ㆍ발렌시아)의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우승’ 꿈이 무르익고 있다. 대회가 진행될수록 더 강해지는 그의 명품 활약 속에 한국은 1983년 멕시코 대회 이후 36년 만에 4강 신화를 써냈다. 지난달 결전지 폴란드 출국에 앞서 “목표는 우승”이라며 당찬 각오를 밝힌 이강인은 이제 “한국 축구 역사를 새로 쓰고 싶다”며 자신이 던진 목표를 기어코 이뤄내겠단 각오다.
이강인은 9일(한국시간)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에서 열린 U-20 월드컵 8강전에서 아프리카 강호 세네갈을 상대로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한국의 기적 같은 4강 진출을 이끌었다. 연장전까지 이어지는 접전을 벌인 끝에 3-3으로 비긴 한국은 승부차기에서 3-2 승리를 거뒀다. 이강인은 0-1로 뒤지던 후반 17분 이지솔(20ㆍ대전)이 얻은 페널티킥 때 키커로 나서 득점에 성공했고, 1-2으로 밀리고 있던 후반 추가시간 8분엔 코너킥 어시스트로 이지솔의 동점골을 합작했다.
이강인의 명품 왼발은 연장에서 또 한번 빛났다. 이강인은 연장 전반 5분 역습 상황에서 하프라인을 넘어선 직후 날카로운 침투패스로 조영욱(20ㆍ서울)의 역전 골까지 어시스트 했다. 조영욱이 뛰어들어가는 속도까지 계산된 그림 같은 정교한 패스였다. 이강인은 연장 전반 종료직전 김주성(19ㆍ서울)과 교체돼 나왔다. 이후 한국은 연장 후반 종료 직전 동점골을 내줘 승부차기까지 돌입한 끝에 기어코 4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대회 전 FIFA가 꼽은 ‘이번 대회 주목할 스타 10인’에 든 이강인은 이날 한국의 3차례 득점상황에서 모두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한국 U-20 대표팀 내에서 형들로부터 ‘축구 잘하는 막내 형’으로 불리는 이강인은 이번 대회 모든 경기에서 선발 출전해 핵심적인 역할들을 해냈다. 한국은 이강인이 수비까지 가담하는 등 지나치게 많은 역할을 맡았던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1차전에서 패했지만, 이강인이 좌측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자유롭게 플레이 하도록 한 2차전부턴 승승장구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자신의 기량을 극대화한 그의 활약에 4강전을 포함한 남은 두 경기에 대한 기대를 더 끌어올리고 있다. 축구선수치곤 작은 173㎝의 키가 단점이지만, 이를 극복할 명품 왼발 킥, 볼 키핑 능력, 경기를 읽는 눈, 몸싸움을 피하지 않는 투지까지 선수로서 갖춰야 할 대부분의 장점을 갖췄다.
이강인은 이제 4강 결전지 루블린을 넘어 결승이 열리는 우쯔까지 바라보고 있다. 그는 이날 경기를 마친 뒤 “승부차기를 앞두고 형들을 믿었고, 승리도 믿었다”며 “목표(우승)가 쫙쫙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강인은 “형들이 도와주고 응원해줘서 제가 잘할 수 있었다”라며 “준결승 준비를 잘해서 형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고, 한국 축구의 역사도 만들고 싶다”며 해피엔딩을 꿈꿨다. 한국이 오는 12일 오전 루블린에서 열리는 에콰도르와 4강전에서 승리를 거두거나, 지더라도 3ㆍ4위전에서 이기면 최고 성적 기록을 새로 쓰게 된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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