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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한국과 일본의 연금 격차

입력
2019.06.09 18: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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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삶은 대략 다섯 가지 양상으로 전개된다고 한다. 70대 중반까진 비교적 건강하게 사회활동을 유지하는 ‘활동기’가 이어진다. 그러다 몸에 활력이 떨어지면서 지난 세월을 자주 돌이켜 보는 ‘회고기’가 찾아온단다. 80대를 넘어서면 몸이 부실해지고 자주 병원 신세를 지게 된다. ‘간병기’다. 그러다 남편이 사망하면 ‘부인 홀로 생존기’가 10년쯤 이어진다. 나중엔 부인마저 질병에 시달리는 ‘부인 간병기’에 이른다.

□ 물론 이는 도식적인 구분에 불과하다. 실제론 각 양상의 순서가 바뀌거나, 변형되어 현실화하는 경우가 많다. 몸이 노쇠하고 금전적으로 풍족하지 않아도 내면적으론 젊을 때보다 훨씬 충일한 시간을 즐기는 분들도 많다. 노년기야말로 삶의 편차가 가장 크게 벌어지는 시기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삶의 양상이 워낙 천차만별이다 보니, 대체적인 은퇴자 생활비를 산출하기도 쉽지 않다. 건강, 부부 생존, 주택 소유, 주거지, 여가 생활 상황에 따라 생활비도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 국민연금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은퇴자들은 60대 부부 평균 월 226만9,000원, 70대 196만9,000원 등을 적정 생활비로 여기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별다른 직업이 없는 경우, 적정 생활비를 무난히 조달할 수 있는 은퇴자는 매우 드물다. 은퇴자들의 가장 확실한 소득원인 국민연금도 수급자의 75.7%가 월 50만원 미만을 받고 있으며, 월 100만원 이상 수급자라야 전체의 5.3%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국민연금 수급액이 노후 생활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5.3%에 불과하다.

□ 최근 일본에선 금융청의 ‘100세 시대 자산관리 가이드라인’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고 한다. 65세에 은퇴한 회사원이 부인과 함께 살 경우 월 27만3,000엔(약 243만5,000원)을 지출해야 하는데, 국민연금 수급액은 월 22만8,000엔이란다. 금융청은 100세까지 생존하는 걸 전제로, 월 5만엔 내외 생활비 부족에 대비해 개인이 각자 최소 2,000만엔(약 2억2,000만원)을 은퇴 전에 모아두라고 권고했다. 그러자 과거 국민연금 개편 때 ‘100세 안심’을 내세웠던 정부가 약속을 저버렸다는 불만이 들끓게 된 것이다. 그래도 생활비의 83.5%를 국민연금에 기댈 수 있는 일본 노인들의 사정은 우리보다 훨씬 좋은 셈이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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