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20대 한국인 여성 시신 수습…남은 한국인 실종자 7명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 강에서 침몰한 사고 선박의 인양이 늦어지면서 실종자 가족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허블레아니호 참사 12일째인 9일(현지시간), 침몰한 유람선을 들어올릴 인양선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인양이 언제 시작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이르면 10일부터 시작 가능하다는 예상 속에 11일로 넘어갈 수 있다는 말이 계속 나오고 있다.
허블레아니호를 들어올릴 인양선 클라크 아담는 당초 6일 오후에는 사고현장에 도착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클라크 아담이 다뉴브강 수위 상승으로 교각을 통과하지 못하자, 헝가리 당국은 ‘플로팅독’ 방식을 대안으로 발표하면서 사실상 크레인 인양이 어려워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왔다. 7일 클라크아담이 예인선을 앞에 붙인 채 머르기트 다리의 아치를 통과하면서 불안감은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이에 우리 신속대응팀은 8일 브리핑까지 “9일 인양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러나 여센스키 난도르 헝가리 대테러청 공보실장이 8일 오후 브리핑에서 “빠르면 월요일 인양이 시작될 수 있다”며 9일에는 인양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양 시점이 불투명해진 주된 이유는 와이어 결속 작업이 지연된 탓이 크다. 현지에서 우리 수색 및 인양 준비 작업을 지휘하는 송순근 주헝가리 한국대사관 국방무관(육군 대령)은 9일 “오늘은 유도와이어에 본와이어를 연결해 선박을 완전히 결속하는 것이 목표”라며 “본와이어가 선체 아래로 들어가는 시점에 따라 인양 완료 시점도 결정될 것 같다”고 밝혔다. 크레인에 연결될 와이어는 유도파이프-유도와이어-6가닥으로 구성된 본와이어로 나뉜다. 유도파이프와 유도와이어는 일종의 바늘과 같은 역할을 하는 설비로, 실에 해당하는 본와이어가 선체 아래를 쉽게 통과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여센스키 헝가리 대테러청 공보실장도 전날 브리핑에서 본와이어 결속을 가장 어려운 작업으로 꼽았다. 허블레아니호는 1949년 건조된 낡은 배인데다 대형 유람선 바이킹 시긴호와 충돌한 영향으로 선체가 훼손된 상태라 인양시 작은 충격에도 선체가 훼손돼 실종자가 유실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애초 헝가리 당국은 선체 2곳에 결박하기로 했던 와이어 개수를 4개까지 늘려 작업 중이다.
10일 인양이 완료되더라도 바로 선내 수색이 진행될지는 불투명하다. 우리 신속대응팀이 공개한 인양 계획에 따르면 헝가리인 선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조타실이 물 밖으로 드러나면 우선 헝가리 측 수색대원이 진입해 수색을 진행한다. 이후 갑판과 선실이 모두 드러나면 창문을 깨고 모터를 선수에 설치해 배수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우리 측 대원들은 선내에 물이 허리 높이까지 빠져나갔을 때 실종자를 수색할 계획이다. 허블레아니호가 완전히 인양돼 바지선 위로 올려지는 것은 수색 작업이 모두 끝난 후다. 인양 완료 전까지 배수와 수색 작업이 진행되면서 당초 신속대응팀이 예상했던 인양 작업은 4시간보다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양이 지연되면 혹시 선내에 남아있을지 모르는 실종자 신원 확인에도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동안 발견된 실종자들은 지문을 채취해 신원을 확인했지만, 수온이 점차 올라감에 따라 부패 속도가 빨라져 지문을 확인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헝가리 경찰 측과 실종자 신원을 확인하고 있는 임병호 경찰청 외사수사과장은 "1~2주 정도는 (지문을 통한 확인에)큰 문제가 없으나 이후로는 신원확인을 위해 DNA를 채취해야 해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말까지 이어진 수색 과정에서 실종자 1명의 시신이 추가로 수습됐다. 8일 발견된 시신은 사고 지점에서 약 22㎞ 떨어진 이르드 지역에서 헝가리 경찰 경비정에 의해 수습됐으며, 한국과 헝가리 경찰 합동 감식 결과 20대 한국인 여성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허블레아니호 탑승객 35명 중 생존자는 7명, 사망자는 20명, 실종자는 8명(한국7명ㆍ헝가리1명)인 상태다.
부다페스트=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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