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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형 “제 피아노 연주에서 바람ㆍ파도 소리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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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형 “제 피아노 연주에서 바람ㆍ파도 소리 들어보세요”

입력
2019.06.10 04:4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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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크 피아노’ 발매… 피아노 연주 3부작 두 번째 

 화두는 자연… “자연에서 받은 위로 전하고파” 

 베이시스 출신 ‘순정마초’ 가수… “목소리 아직 청아해, 노래 앨범도 구상” 

가수 정재형은 '서핑광'으로 유명하다. 그는 "서핑을 통해 자연의 위대함을 깨닫는다"라며 "창작자인 날 일깨우는 건 자연"이라고 말했다. 안테나뮤직 제공
가수 정재형은 '서핑광'으로 유명하다. 그는 "서핑을 통해 자연의 위대함을 깨닫는다"라며 "창작자인 날 일깨우는 건 자연"이라고 말했다. 안테나뮤직 제공

“새로 데뷔한 것 같아요.”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안테나뮤직 사무실. 가수 정재형은 새 앨범 ‘아베크 피아노’ 발매를 앞둔 소감을 이렇게 말한 뒤 고개를 숙이며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판에 박힌 답을 한 것 같아 잔뜩 속상해하며 부끄러워하는 모습이었다. 인터뷰 현장은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됐다.

낯가림은 잠시였다. 시간이 흐르자 그는 특유의 ‘새침한 농담’을 쏟아냈다. 그에게 친동생 같은 작곡가 유희열 얘기가 나올 때 그의 독설은 꽃을 피웠다. “유희열과 노래 비교라니요, 너무 기분 나빠요. 전 그 오랜 시간을 가창으로 버텨 온 사람이고, (유)희열이는 제 목소리로 낸 앨범이 하나도 없잖아요.” 내년 지천명(50세)을 앞두고도 팬들에 ‘음악요정’이라 불리는 그의 순수한 모습은 여전했다.

정재형은 10일 피아노 연주 앨범 ‘아베크 피아노’를 낸다. 2010년 발표한 ‘르 쁘띠 피아노’ 후 신작을 내기까지 9년이 걸렸다. ‘산통’이 길었다. 정재형은 “새 앨범 작업을 하다 한두 달 만에 모든 걸 중단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음악적 밑그림이 그려지지 않아서였다.

정재형은 결국 지난해 여름, 자신이 이끌던 KBS 라디오 ‘정재형 문희준의 즐거운 생활’에서 하차한 뒤 홀로 음악 여행을 떠났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자극을 받기 위해 내린 결단이었다. 그는 일본의 가마쿠라로 향했다. 120여 계단을 올라야 하는 산 중턱의 산장에서 3주 동안 머물렀다고 한다. 정재형은 “처음엔 집 주위에 가로등도 없어 무서웠다”며 “하지만 하루 이틀 지나니 새벽녘에 부는 바람, 흔들리는 나뭇잎, 집 앞에서 출렁이는 바닷소리에 위안을 받는 나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정재형은 새 앨범의 주제를 ‘자연’으로 잡았다. 가마쿠라의 바람을 떠올리며 ‘미스트랄’(프랑스 남부에서 부는 겨울바람)을, 파도 소리에 취해 ‘르 메르’(프랑스어로 바다란 뜻)를 작곡했다. 정재형은 “쓸쓸하지만 아름다운 바람 소리엔 첼로가, 격정적이면서도 고요한 두 얼굴의 바닷소리엔 바이올린이 제격”이라 생각해 곡의 주요 악기로 활용했다. 또 다른 수록곡 ‘그곳, 아침에서’에 흐르는 클라리넷 소리는 가을볕처럼 포근하게 정재형의 쓸쓸한 피아노 연주를 감싼다. 피아노 한 대의 연주로만 꾸린 ‘르 쁘띠 피아노’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일상에서는 장난기 어린 그이지만, 피아노 앞에서 정재형은 진지하다. 그는 대학에서 클래식 작곡을 전공했고, 프랑스 유학길에 올라 파리고등사범음악원에서 클래식 작곡 과정을 1년 더 거쳤다. 그런 그에게 피아노는 “애증”의 존재다. 정재형은 두 장의 피아노 앨범에 이어 추후 ‘그랜드 피아노’(가제)로 피아노 연주 3부작 앨범을 마무리한다. 정재형은 “피아노 연주 앨범 발매는 내게 큰 산을 넘는 일과 같다”며 “꼭 그 산을 넘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정재형은 1995년 혼성그룹 베이시스로 데뷔해 ‘내가 날 버린 이유’와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 시켜줘’ 등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서지원(1976~1996)의 히트곡 ‘내 눈물 모아’도 정재형이 만든 곡이다. 정재형은 2011년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가요제에서 정형돈과 탱고 풍의 ‘순정마초’를 함께 불러 사랑을 받기도 했다. 그런 그는 다시 ‘가수’를 꿈꾸고 있었다.

“(유)희열이가 새 앨범에 노래 들어가면 절대 안 된다고 해서 안 넣은 거예요. 제 목소리 아직 청아하다니까요. 안 되면 미스틱엔터테인먼트(윤종신이 세운 연예기획사)에 가서 노래 앨범 내려고요. 농담이고요, 피아노 연주 3부작 앨범 끝나면 가창 앨범도 낼 생각입니다. 가창곡도 써 놨어요, 홍홍홍.”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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