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신인왕 출신의 ‘타격 천재’ 강백호(20ㆍKT)에게 2년차 징크스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강백호는 10일 현재 타율 0.335로 팀 리딩 히터(1위)로 타선을 이끄는 것은 물론, 리그 전체에서도 타격 4위를 달리며 타격왕 경쟁을 벌이고 있다. 6경기 연속 멀티히트(1경기 2안타 이상)로 최근 기세도 좋지만, 4월 초 이후 타율이 3할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을 정도로 꾸준히 활약 중이다. 데뷔 첫해인 지난해(0.290)에는 가장 높았던 타율이 0.346(4월 11일)이나 됐지만, 안 좋았을 때는 0.250(5월19일)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올해는 기복 없이 자신의 페이스를 만들어가고 있다. 홈런도 8개(공동 15위)를 치고 있는데, 올 시즌 리그 전체 홈런이 지난해의 70%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결코 적지 않다. 지난해 강백호의 홈런 개수는 29개(12위)였다. 강백호는 본보 인터뷰에서 “지난해보다 감정 기복이 줄었다. 그래서 타석에서 여유가 생긴 것 같다”면서 “잘 친 날은 당연히 기분 좋지만, 잘 안 풀린 날에도 ‘다음에 잘하면 되지’하는 평상심이 생기면서 성적 기복도 줄어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올해는 주루에서도 ‘폭풍 질주’ 중이다. 벌써 7번 도루를 시도해 6번이나 성공했다. 오태곤(10개), 김민혁(8개)에 이어 황재균과 함께 팀 내 3위다. 도루 성공률(85.7%)로는 가장 높다. 작년에 도루 3개(성공률 37.5%)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강백호는 “내가 그렇게 많이 뛰었는지 몰랐다”면서 “상대 투ㆍ포수들이 ‘강백호의 도루’에 별로 관심이 없으셨던 것 같다”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주루 코치님들이 ‘생각보다 발이 늦지 않으니 적극적으로 주루하라’고 주문하셨다”면서 “몸무게도 작년 시즌보다 5㎏가량 줄였다”고 말했다. 이강철 감독도 강백호에 대해 “이제는 든든한 팀의 중심 타선”이라며 “특히 주루에도 힘을 보태면서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9일에는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9 KBO리그 롯데전에서 1-0 한 점 차로 앞선 8회말 안타를 치고 나가 황재균의 좌익수 플라이때 공격적인 태크업 플레이로 2루에서 3루까지 진루하는데 성공했다. 이어 박경수의 짧은 중견수 플레이 때 홈으로 들어오며 절실했던 팀의 추가 득점에 성공했다. 앞선 8일에는 남다른 주루 센스로 팀 선배 배제성(23)에게 5시즌 만의 감격스러운 첫 승을 안겼다. 2-2 동점이던 5회말 선두 타자 안타로 출루에 성공한 강백호는 유한준(38) 타석 때 2루로 뛰었다. 마침 유한준이 타격을 하면서 3루쪽 큰 바운드 타구가 만들어졌고, 3루수가 유한준을 아웃시키려 1루에 공을 던지자 3루가 잠깐 비는 순간이 생겼다. 강백호는 그 짧은 순간을 파고들어 3루까지 내달렸고, 롯데의 3루 송구가 뒤로 빠지면서 결국 강백호는 홈까지 밟았다. 강백호의 이 득점이 결승 득점으로 이어졌다. 강백호는 “3루에 슬라이딩하면서 발목이 좋지 않았는데, 팀이 꼭 이겼으면 하는 바람에 막내로서 열심히 달렸다”면서 “다음에도 같은 상황이 나온다면 또 열심히 뛰겠다”며 웃었다.
수원=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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