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강남ㆍ서초 공략 고심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서울 지역 보수의 텃밭인 강남ㆍ서초 공략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최근 선거에서 전현희(강남구을) 의원을 배출하며 의석수 확대의 교두보를 마련하긴 했지만, 국정지지도 하락과 경제상황 악화로 “이대로가면 현재 의석을 지키기 쉽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강남벨트의 여권 인사는 9일 본보 통화에서 “강남권 유권자들은 기본적으로 보수성향인데다가 현정부 부동산ㆍ교육 정책에 반감이 크다”며 “당도 당선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우선 신경을 쓰는 분위기여서 강남권에서 선거운동을 하는데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강남벨트 인사도 “지난해처럼 민주당에 압도적으로 유리했던 선거 환경은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최근 연이은 강남벨트 선거에서 선전한 건 맞다. 2016년 총선에서 전현희 의원이 과거 홍사덕 의원(14대ㆍ강남을) 이후 24년만에 강남에서 당선되는 파란을 일으켰고, 2017년 대선 때는 문재인 대통령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제치고 강남ㆍ서초 득표율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 첫 강남구청장(정순균)을 배출했고, 강남지역 구의원 10석(총 20석), 서초지역 구의원 6석(총13석)을 승리하며 보수의 아성을 흔들었다.
다만 최근 강남벨트 민심이 돌아서고 있다는 게 지역 정치인들의 위기감이다. 지난해 지방선거 압승의 동력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여파, 보수 분열에 따른 반사효과, 한반도 비핵화 기대감 등이 사라지면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강남권에서 대통령 지지도가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그 지지도를 한국당이 흡수한 것도 아니어서 민주당이 얼만큼 잘 하느냐에 성패가 달렸다”고 말했다.
이에 여권에서는 강남 유권자를 공략할 후보를 찾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부촌의 상징인 강남ㆍ서초 지역은 유권자들의 교육열이 높고 엘리트의식이 강해 ‘고스펙ㆍ네임밸류’가 중요하다. 당 핵심 관계자는 “강남권은 지역에 뿌리를 내린 폴리티션(정치인) 보다 국가를 이끌어갈 역량과 비전을 가진 스테이츠맨(정치가)을 선호하는 측면이 있다”며 “총선을 앞두고 최적화된 후보를 선보여 승부를 걸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강남을 전현희 의원은 치과의사출신에 최초로 사법시험에 합격한 변호사다. 지난해 서초을 지역위원장을 맡은 박경미(비례대표) 의원은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다. 여기에 민주당 안팎에서는 강경화 외교부장관, 홍종학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조국 민정수석 등 강남에 연고를 둔 경제ㆍ외교ㆍ사법 전문가를 나머지 지역에 투입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로 당 경제통인 최운열(비례대표) 의원의 추대론도 거론된다.
반면 인물 선거로는 충분치 않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 한 중진 의원은 “대구의 김부겸(민주당), 전주의 정운천(바른미래당) 의원은 모두 지역에서 오랫동안 터를 다진 정치인”이라며 “강남권도 지역 현안이 많아 꾸준히 유권자 옆에서 호흡한 사람이 선호되는 추세다. 인물이나 구도를 중심으로 생각하면 낭패를 볼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다른 인사는 “당선 가능성이 낮아 강남권 출마 희망자를 찾기 쉽지 않다”며 “전현희 의원은 19대 당 경선에서 탈락하고 4년간 강남에서 터를 닦았다. 스펙과 끈기를 가진 제2의 전현희를 찾는 게 과제”라고 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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