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이 흥행 대이변을 일으켰다. 개봉 전 마니아층의 기대감을 자극했지만, 이 정도 흥행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지난 9일, 국내 관객에게 큰 사랑을 받은 '라라랜드'(360만 명)의 기록도 깼다. 지니의 마법이 통했음이 분명하다.
실제로 '알라딘'의 흥행에 램프의 요정 지니 역을 맡은 윌 스미스의 공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등장부터 넘치는 존재감을 자랑하는 그는 시종일관 탁월한 유머감각을 과시한다.
술탄 앞에서 횡설수설하는 알라딘을 보며, "램프 안이 좁고 어두웠지만 여기보단 나았어!"라고 웅얼거리는 지니의 한탄은 관객들의 배꼽을 쥐게 한다.
빠르게 편집된 화면 속에서 지니는 여러가지 모습(심지어 여장까지 소화)으로 쉴 새 없이 변신한다. 보는 이는 풍성한 화면에 눈과 귀가 즐겁지만, 연기자의 노고가 느껴지는 순간이다.
한국 관객들에게 보낸 영상에서 윌 스미스는 자신이 연기한 지니에 대해 "소원을 들어주는 전지전능한 존재"라며 "스웨그도 넘친다"고 소개한다. 작품 속에선 그의 노래와 랩, 댄스 실력이 모두 동원된다.
사실 윌 스미스의 캐스팅 소식이 전해졌을 때, 현지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그 중엔 작고한 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목소리 연기를 펼쳤던 애니메이션 속 지니의 존재감을 뛰어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결코 쉬운 도전이 아니었지만, 윌 스미스는 기대 이상의 연기와 매력으로 관객의 마음을 관통했다.
또 하나 놀라운 건 그가 1968년생으로, 한국나이 52세라는 점이다. 큰 아들이 벌써 28세가 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는 탄탄한 몸과 탄력있는 피부를 자랑한다. 지니 역할을 무리없이 소화해낸 것 또한 빈틈없는 자기관리의 결과물이다.
윌스미스는 지난 2017년, 국내 취재진과 '브라이트' 라이브 컨퍼런스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그에게 '젊음의 비결'을 물었던 기억이 난다. 조금 쑥스러운 듯 크게 웃던 그는 "나이가 드는 걸 내 신체가 느낀다. 우리는 주름을 가꿔주는 팀이 있다"며 "언젠가부터 나이가 들고 아침에 눈을 뜨면 스포츠 부상을 당한 느낌으로 깬다. 잠만 잤는데 운동하다 부상 당한 느낌이 든다"고 답해 웃음을 선사한 바 있다.
그의 유쾌한 성격과 건강한 사고방식은 극강 동안의 비결임과 동시에 관객에게 꾸준히 사랑 받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알라딘'은 윌 스미스의 활약과 더불어 메나 마수드(알라딘 역), 나오미 스콧(자스민 역)의 환상적인 케미도 돋보인다. 달리아 역의 나심 페드라드, 자파 역의 마르완 켄자리도 뛰어난 연기력으로 몰입을 이끈다.
자스민의 솔로곡 'speechless'(스피치리스)는 각종 음원 차트에서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나오미 스콧은 한 인터뷰에서 이 노래에 대해 "더 이상은 침묵만 하지 않을 거라는 자스민의 선언이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그게 요즘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 비디오테이프를 구입해 반복해서 돌려보던 것처럼, 실사 영화 ‘알라딘’ 역시 두고 두고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램프의 요정 지니를 만나면 무슨 소원을 빌지 상상해보며 말이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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