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작곡가 정재형이 아티스트로서 제 역할에 대해 소개했다.
정재형은 10일 9년 만의 새 앨범 '아베크 피아노(Avec Piano)'를 발표한다. 9년 전 '르 쁘띠 피아노(Le Petit Piano)'가 작고 소박한 피아노의 이야기를 담았다면, 이번 '아베크 피아노'에는 조금 더 성장한 피아노의 느낌을 그렸다. 현재 큰 그림을 그리는 중인 세 번째 연주곡 앨범까지, 정재형은 피아노 3부작을 준비하며 느낀 마음가짐을 전했다.
지난 9년 동안 예능과 라디오 활동 및 영화 음악과 뮤지컬 작업을 병행하면서도 정재형의 곁에는 항상 이번 앨범 준비가 있었다. 정재형은 "무슨 그림을 그려야 할지 주제는 선명했는데 어려운 작업이더라. 모든 일을 병행할 수 없다고 생각할 때쯤 지난해 3주 동안 일본 가나쿠라로 작업 여행을 다녀오면서 작업의 실마리를 잡았다"고 기억했다.
가나쿠라 작업 여행은 자연에 관한 음악을 만들었다. 정재형은 1번 트랙 '미스트랄(Mistral)'의 바람, 6번 트랙 '르몽(Le Mont)'의 산 등 자신에게 위로를 준 자연의 전경을 음악으로 풀어냈다. 그렇게 완성된 앨범에 대해 정재형은 "새로 데뷔한 것 같은 행복함을 만끽하고 있다. 만들 때는 애증의 앨범이었는데 지금은 뿌듯한 앨범"이라고 말했다.
음악 작업 여행은 혼자 상상하는 시간을 위한 기간이었다. 최근 '이방인 프로젝트'라는 타이틀로 내년에 긴 여행을 떠날 것을 선언한 윤종신도 같은 생각일까. 동시기에 음악을 하는 정재형이 바라본 윤종신은 "되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외국에서는 어떤 절박함이나 색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너무 멋지고 응원하게 되는 친구"다.
윤종신과 정재형의 또 다른 공통점 중 하나는 음악 만큼 방송에서도 활약한다는 것이다. 정재형은 "음악은 제가 하고 싶어하는 이상적인 부분을 향해 가는 것이고, 방송은 그 음악들에 더 많으 분들이 다가오실 수 있게 하는 매개 역할이 됐으면 좋겠다"며 "'무한도전' 때의 '순정마초'를 대중이 좋아해주셨기 때문에 자신감을 얻었다"고 기억했다.
반면 중요한 차이로 정재형은 미스틱의 윤종신, 안테나의 유희열처럼 기획사 수장 역할은 하지 않는다. 정재형은 "저도 못 컸는데 제가 누굴 키우겠냐"며 "그냥 아티스트로 살고 싶다. 안테나에서 한솥밥을 먹는 샘김, 정승환, 권진아, 이진아를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 가끔 후배들과 술을 마시면서 제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을 건넨다"고 설명했다.
안테나 수장으로서 유희열은 재작년부터 정재형과 수차례의 회의를 거치며 "형 할 수 있다, 연주곡 앨범을 연작으로 가보자"며 작업의 중심을 잡아준 주인공이다. 정재형은 그 고마움을 언급하면서도 "왜 내게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하는 걸까. 요즘 보컬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 저는 긴 시간을 가창으로 버텨온 가수"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래도 정재형은 "지난 '르 쁘띠 피아노'에 이어 이번 '아베크 피아노'까지 만들고 나니까 '산을 넘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유희열 덕분에 도전 의식이 생겼다"며 "사실 안테나가 이렇게 커지고 나서는 처음 내는 앨범이기도 하다.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고마웠고, 오케스트라 녹음을 할 때는 선물을 받는 느낌이었다"고 언급했다.
9년을 기다린 피아노 3부작의 두 번째 앨범이 드디어 베일을 벗는다. 정재형은 이제 이전보다 더 활발한 작업 및 활동으로 '음악 요정'의 진가를 보여줄 계획이다.
이호연 기자 ho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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