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자격시험을 보다 문제를 수험표에 옮겨 적은 의사에게 불합격 처분을 한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 함상훈)는 의사 A씨가 전문의 자격시험을 주관하는 대한의학회를 상대로 낸 전문의 자격시험 1차 불합격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법원에서 인정된 사실에 따르면, A씨는 올해 1월 전문의 1차 자격시험(필기)를 치르다가 2교시에 출제된 문제 중 하나를 수험표에 옮겨 적었다. 그러자 대한의학회는 A씨의 문제 옮겨적기를 부정행위로 판단, A씨를 불합격 처리하고 향후 2차례 전문의 시험 응시 자격을 제한했다.
그러자 A씨는 “출제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수험표에 문제를 적었을 뿐, 시험 이후 수험표를 감독관에게 제출해 문제를 유출할 의도가 없었다”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홈페이지에 게재된 수험자 유의사항에는 문제유출 금지가 명시되어 있고, 수험표 하단에도 ‘문제나 답을 수험표에 옮겨 적으면 부정행위로 간주한다’는 유의사항이 기재돼 있다”며 A씨의 주장에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실제 대한의학회는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자들에게 이 같은 행위를 부정행위의 한 유형으로 판단하겠다며 사전에 수 차례 알린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광학 마크 판독기(OMR) 답안지에 ‘유의사항 위반으로 발생하는 불이익을 감수한다’는 서약에 대해 자필로 서명하기도 했다.
또한 재판부는 “문제의 정답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일종의 낙서개념으로 문제를 옮겨 적었다”는 A씨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수험표에 문제의 보기 문항 전체가 기재된 걸로 보아 정답을 고민했다기보다는, 다른 의도가 있었던 걸로 추측된다”고 판단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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