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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온 ‘한센인의 어머니’ 50년 봉사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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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온 ‘한센인의 어머니’ 50년 봉사 인생

입력
2019.06.09 20:00
수정
2019.06.09 20:57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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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칼라 수녀 나눔의 삶 축하 행사

강칼라 수녀가 평생 나눔을 실천하면서 살겠다는 말을 전하고 있다. 고창군 제공
강칼라 수녀가 평생 나눔을 실천하면서 살겠다는 말을 전하고 있다. 고창군 제공

“여생을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겠습니다.”

반세기 넘게 살아온 외길 인생의 나침반은 고정된 듯 했다.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과 더불어 살아온 그의 삶은 남겨진 시간에도 한 곳만을 향했다. ‘한센인의 어머니’로 불리는 강칼라(76) 수녀의 다짐은 그랬다.

50년 이상을 헌신과 봉사로 살아온 강 수녀는 8일 전북 고창군 호암마을에서 천주교 전주교구 김선태 주교 주례로 열린 나눔의 삶 50주년 축하행사에서 소외된 이웃들에게 헌신하겠다는 뜻의 메시지를 이렇게 전했다.

이탈리아 출신인 강 수녀는 1968년 한국에 선교사로 파견된 뒤 50년 넘게 한센인 정착촌인 고창 호암마을에 머물면서 이들을 돌봤다. 그의 성인 강씨도 호암마을에서 처음 돌보던 한센인의 성에서 따왔다. 그는 노숙자와 윤락여성 등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과도 함께 보내면서 ‘푸른 눈의 천사’로 불렸다.

의료ㆍ교육ㆍ문화 지원에도 앞장 서 온 그는 진주복지원과 밀양 삼랑진 루카원, 마산 결핵병원 등에서 사목활동을 해왔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한센인 대상(2015), 국민훈장 모란장(2016), 자랑스러운 전북인 대상(2017), 지난해엔 삼성그룹 호암상 사회봉사상을 받았다.

영부인인 김정숙 여사는 이날 강 수녀에게 별도 편지까지 보내면서 감사 뜻을 전달했다. 청와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된 편지에서 김 여사는 “누군가의 짐을 대신 지고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주며 헌신과 사랑으로만 채워온 생애에 존경과 감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수녀님의 지극한 섬김으로 한센인이라는 이유로 차별 속에 숨어 지내야 했던 사람들이 존엄한 삶을 살 수 있었다”며 “아침마다 새로 받은 선물처럼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쓰며 섬김과 사랑을 가르쳐주고 계신 수녀님, 부디 오래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강 수녀는 요즘 마을 주민과 함께 공동체 사업으로 도자기 만드는 일에 열중하면서 마을을 체험 장소로 만들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국회에서 전시회도 열린 호암마을 도자기는 어르신이 대부분인 지역공동체에 생기를 불어넣으며 인기를 얻고 있다.

강 수녀는 “호암마을 주민을 가족이라고 생각하면서 이곳에서 삶의 기쁨을 얻고 행복을 나누는 삶을 살아왔다”며 “여생도 어려운 이웃을 돌보고 나눔을 실천하면서 살겠다”고 강조했다.

고창=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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