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대신 (이)재익이를 교체해서 저도 의외였어요. 정말로 감독님은 '제갈용'이에요."
페널티킥 유도에 극적인 헤딩 동점골까지 터트린 정정용호의 수비수 이지솔(대전)에게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8강전은 '인생 경기'로 남게 됐다.
이지솔은 9일(한국시간)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와 비엘스코-비아와 경기장에서 열린 세네갈과 대회 8강전에서 스리백의 오른쪽 수비수로 선발 출전해 120분 연장 혈투를 모두 소화했다.
그의 활약은 단순히 풀타임으로 끝나지 않았다.
0-1로 끌려가던 후반 14분께 상대 페널티지역에서 스크린플레이를 펼치다 반칙을 유도하면서 이강인(발렌시아)의 페널티킥 동점골을 이끌었다.
주심은 애초 이지솔이 반칙을 당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지만 비디오판독(VAR)을 통해 세네갈의 반칙을 선언했다.
이지솔은 후반전 추가시간 또다시 빛을 발했다.
1-2로 끌려가던 후반 추가 시간 마지막 코너킥 기회. 이지솔은 이강인의 코너킥을 골지역 왼쪽에서 헤딩으로 극적인 동점골을 터트려 2-2를 만들고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한국은 세네갈과 연장전 혈투 끝에 3-3으로 비겼고, 승부차기에서 3-2로 승리해 36년 만의 4강 신화를 재현했다.
이지솔은 조별리그 2경기, 일본과 16강전, 세네갈과 8강전까지 한국이 치른 5경기 가운데 4경기를 풀타임 소화했다.
2018년 4월 수원 JS컵에서 U-20 대표팀에 처음 합류한 이지솔은 17번째 경기 만에 정정용호에서 마수걸이 득점포를 작성했다.
경기가 끝나고 난 뒤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난 이지솔은 "선수 모두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위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라며 "감독님에 대한 선수들의 깊은 신뢰와 함께 오랫동안 서로 발을 맞춰온 친구들과 의기투합도 잘됐다"라고 말했다.
득점 상황을 묻자 이지솔은 "말도 안 되게 전광판 시계를 보니 98분이었다. 볼을 머리로 돌려놓고 쳐다보니 크로스바를 스치면서 골대로 들어가는 게 보였다"라고 웃음을 지었다.
그는 "코너킥 상황에서 감이 좋아서 (이)강인이에게 짧게 올려달라고 얘기했다. 말도 안 되는 골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지솔은 정정용 감독을 제갈공명에게 빗대 '제갈용'이라고 했다. 정 감독의 선수 교체 전술 때문이다.
정 감독은 후반 35분 오른쪽 수비수 이재익(강원)을 빼고 공격수 엄원상(광주)을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했다.
이지솔은 "제가 빠질 줄 알았는데 저도 의외의 교체였다"라며 "감독님은 '제갈용'이다. 제가 빌드업을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수비에서 투지를 보여주는 게 장점이다. 그런 점을 인정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페널티킥 유도 상황에 대해선 "반칙을 당한 지점이 애매했다. 페널티지역 라인 바로 앞이었다"라며 "심하게 부딪혀 넘어지면서 페널티킥이 나올 것 같았다. 도저히 주심의 판정을 볼 수 없어서 눈을 감고 기도하면서 기다렸다"고 웃음을 지었다.
이지솔은 "지고 있어도 절대 질 것 같다는 느낌이 없었다. 선수 모두 '할 수 있다'는 마인드였다"라며 "제가 잘해서 골을 넣은 게 아니라 모두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이겨낸 결과다. 선수들 모두 '여지까지 왔는데 못할 게 뭐가 있냐'는 자신감으로 뭉쳐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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