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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갑질이란 표현만으로 모욕죄 성립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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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갑질이란 표현만으로 모욕죄 성립 안 된다”

입력
2019.06.09 13:55
수정
2019.06.09 19:0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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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 앞 에 있는 정의의 여신상. 신상순 선임기자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 앞 에 있는 정의의 여신상. 신상순 선임기자

세입자가 건물주에게 “갑질을 했다”고 표현한 것을 두고 모욕죄로 형사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박모(57)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대구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법원 기록 등에 따르면, 대구 중구에서 건물 1층을 임차해 미용실을 운영하던 박씨는 2016년부터 이사 문제로 건물주 이모씨와 분쟁을 겪었다. 박씨는 이듬해 8월 ‘건물주 갑질에 화난 OO원장’이라는 제목의 전단지 500여장을 만들어 이웃 주민들에게 돌리거나 미용실 문에 게재했다. 그러자 검찰은 “박씨는 피해자(이씨)가 건물주 지위를 이용해 갑질을 하는 사람으로 묘사해 공연히 이씨를 모욕했다”며 모욕죄로 기소했다.

이에 1심인 대구지법 형사단독 재판부는 “갑질이라는 단어는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그 자체로 경멸적인 표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인 대구지법 형사항소부는 “갑질이란 표현은 ‘권력 우위에 있는 사람이 하는 부당한 행위’란 의미를 갖고 있고, 부당한 행위가 무엇인지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채 갑질을 했다고만 표현했다”며 유죄로 보아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판결은 다시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은 “어떤 표현이 상대방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것이 아니라면, 그 표현이 다소 무례하다고 해서 모욕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무죄로 보았다. 그러면서 재판을 다시 하라고 원심 법원으로 사건을 돌려 보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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