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 “북미, 비핵화 협상 실패에 두려움... 文 정부가 성공 확신 심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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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철 “북미, 비핵화 협상 실패에 두려움... 文 정부가 성공 확신 심어줘야”

입력
2019.06.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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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65주년 특집 기획 인터뷰] 통일부 장관

트럼프ㆍ김정은 여전히 서로 신뢰… ‘역진’ 방지 공감대 갖는 것 주목

[저작권 한국일보] 한국일보 창간 65주년을 맞아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7일 정부서울청사 접견실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 장관은 "북미 모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을 것이므로, 협상이 재개된다면 그것이 진전된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확신을 북미에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인기 기자

“북한과 미국 모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겁니다. 지금은 협상을 다시 시작했을 때 그것이 진전된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확신을 북미에 심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본보 창간 65주년을 맞아 김연철(55) 통일부 장관을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났다. 취임 2개월 만에 처음으로 언론과 단독으로 인터뷰를 가진 그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이란 단어로만 설명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결렬 후 북미 정상의 행보에 ‘역진을 막아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1년여 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뼈대를 잡은 싱가포르 6ㆍ12 북미 정상회담 합의 이후 후속 협상 방향을 놓고 그간 빅딜이다, 스몰딜이다, 미들딜이다 등 온갖 말이 넘쳤다. 하지만 올해 2월 말 하노이에서 다시 만난 북미 정상이 빈손으로 귀국하고,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까지 발사하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논의는 이제 한층 커진 비관론과 대화 무용론을 타파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문재인정부 2기 내각의 통일부 업무를 책임진 김 장관의 역할에 더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김 장관은 북미관계와 남북관계 사이의 선순환, 그리고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대북 정책을 둘러싼 의견이 공론장에서 극단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우려도 전했다.

_6월은 한반도에 특별한 달이다. 2000년엔 남북 정상이, 지난해엔 북미 정상이 처음으로 만났다. 지금 한반도 정세는 어떻게 평가하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만난 이후 1년 동안 많은 성과가 있었다. 아쉬운 부분도 분명 있다. 특히 올해 2월 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후속 합의를 내지 못한 이후 소강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년을 곰곰이 성찰하며, 협상을 재개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시기인 것 같다.”

_그렇다면 하노이 회담의 성과는 무엇이고, 한계는 무엇인가.

“하노이 회담은 수십 년 북핵 협상의 연장선상에서 평가해야 한다. 북핵 협상은 ‘원샷(One shot)’ 게임이 아니라, 반복 게임이다. 물론 하노이 회담에서 구체적인 결과물을 내진 못했다. 그러나 하노이 회담은 후속 협상에서 상당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북미가 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인식하지 않았나. 물론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전제돼야겠지만, 하노이 회담의 성과는 얼마든지 다른 방식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_하노이 회담 이후 주목해야 할 지점은 무엇인가.

“우선 북미 정상이 서로를 여전히 신뢰하고 있단 점이다. 회담 결렬 책임을 상대에 전가하고, 날 선 말이 오가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서로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북미 양국이 역진(逆進) 방지, 즉 과거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는 것도 주목해서 봐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에 대해 ‘신뢰 위반이 아니다’고 강조하고, 북한이 연말로 대화 시한을 정해두되 절제된 접근을 하며 상황 관리를 하는 것도 하노이 회담 이후 특징이다.”

_정부의 외교ㆍ안보 라인에 북미 양쪽에 모두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소위 ‘배드캅(Bad cop)’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정부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부처의 역할이 달라 조금씩 의견이 다를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원팀이라는 게 중요하다. 외교ㆍ안보 부처들은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통해 입장을 조율하고 있다.”

-하노이 협상 결렬을 사전에 알지 못한 건 정부 내 ‘레드팀(Red team)’ 부재가 원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원팀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목소리만 강조하면서 생긴 부작용 아닌가.

“공개적으로 언론에 발표하는 특정 사안에 대한 정부의 목소리는 내부 조율의 산물이다. 협의 과정은 복잡할 수 있고, 의견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그 차이를 조율해내는 과정이 존재한단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_회담 결렬 후 북한도 나름대로 재정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와중에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김혁철 국무위 대미특별대표 등 대미 협상 관여했던 인물에 대한 문책설이 나오기도 했다.

“문책이 있었다고 볼 만한 근거를 정부는 발견하지 못했다. 문책이 있었다고 보기엔 근거가 부족하다. ‘확인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해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충분히 신중해야 한다. 확인 가능한 영역들이 결코 작지 않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이 확인되지 않은 사안을 보도하는 건 조금 안타깝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대부분의 언론은 공개된 정보를 근거를 토대로 판단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이고, 정부의 신중한 자세를 존중했다는 점이다.”

_북미 협상이 멈추면서 남북관계도 진전되지 않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중재자ㆍ촉진자를 자임했던 정부의 입지도 좁아진 것 같다. 북한은 당사자가 되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 포지셔닝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란 조언도 심심찮게 나온다.

“표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한국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가 중요하다. 역사적으로 한반도 문제는 남북, 북미, 한미 등 세 개의 양자 관계가 선순환할 때 해결 가능성이 높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그저 최선을 다해야 한다.”

_선순환을 만들어내기 위한 묘수를 국민들이 궁금해하고 있다.

“지금은 하노이 회담 이후 협상을 어떻게 재개하는가에 대한 창의적 접근이 중요한 시점이다. 저는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본다. 북미 모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협상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는 신호를 서로가 어떻게 발신하고, 상대의 메시지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특히 협상을 다시 시작했을 때 그것이 진전된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확신을 북미에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협상은 기본적으로 양면 협상이다. 미국이 북한을 상대하며, 이것(대북 협상)이 국내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효과를 미칠지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것처럼, 북한 역시 형식은 다를 수 있지만 국내에 대미 협상이 어떻게 비춰지고,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부분을 포함하는 종합적 사고를 통해 협상 재개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일단 협상이 시작이 되면 그 동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술적인 지혜들은 적지 않게 축적이 돼 있다. 미국이 과거 구소련의 비핵화 과정에서 적용한 협력적 위협감소(CTRㆍCooperative Threat Reduction) 프로그램을 한반도에 적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북핵 문제는 오래된 문제고, (비핵화) 로드맵에 관해서도 다양한 안이 있다.”

김 장관은 지난 3월 2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CTR을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 해법으로 거론한 바 있다. CTR은 무기 보유 대상국에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안보 위협을 축소해가는 것을 뜻한다. 미국은 샘 넌, 리차드 루가 전 상원의원이 입안한 ‘넌-루가법’을 근거로, 소련 해체 뒤 러시아ㆍ벨라루스ㆍ카자흐스탄ㆍ우크라이나에 있던 핵 무기ㆍ시설ㆍ물질과 생화학무기의 폐기ㆍ처리에 기술적ㆍ재정적 지원을 했다.

_이달 말 일본 오사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전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북한과 접촉을 하고 있나.

“외교적 계기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지는 않다’는 평가를 해야 할 것 같다.”

_‘배고픈 아이는 정치를 모른다’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며 대북 인도적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런데 북한 보도를 보면, 막상 인도적 지원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북한이 ‘반기지 않는다’는 해석보단 정치ㆍ군사적인, 그러니까 보다 근본적인 해결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대해선 정부도 ‘남북 공동선언의 이행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다’고 반복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기본 입장은 정치ㆍ군사적인 문제와 부정적으로나, 긍정적으로나 연계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치ㆍ군사 분야의 진전에 따라 지원이 이뤄져서도 안 되고, 지원을 하면서 정치ㆍ군사 분야 진전을 기대해서도 안 된다고 본다.”

_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여론 수렴을 했는데, 결론은 무엇인가.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대해선 일정한 수준의 공감대가 있는 것 같다. 다만 규모ㆍ방식ㆍ분배의 투명성 문제에 대해서는 조금씩 의견이 달랐다.”

_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잠시 멈춘 상황에서 통일부 장관을 맡아 걱정이 많을 것 같다. 남북 대화를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클 거 같은데.

“통일 교육을 하며 학생들을 포함, 많은 일반 시민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 대체로 자신이 획득한 정보를 토대로 합리적 판단을 하고, 새로운 정보를 접했을 때는 유연하게 생각을 고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공론의 장에서는 이념 갈등이 지나치게 과장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과한 주장이 대표성을 띠는 것을 보면서 일반 시민들의 상식과 괴리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념 문제에 대한 공론장의 접근 방식과 태도가 일반 국민의 그것과 가까워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통일부는 상당한 우려와 걱정, 그리고 책임을 느끼고 있다.”

인터뷰=김영화 정치부장

정리=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저작권 한국일보]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7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대북 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유독 공론장에서 부풀려지는 경향이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홍인기 기자

◇김연철 장관은

‘앞서 깨닫는다’는 뜻의 ‘두타’(頭佗)라는 호를 사용한다. 4월 8일 40대 통일부 장관으로 취임했다. 취임 일성에서 그는 ‘임중도원(任重道遠ㆍ어깨는 무겁고 길은 멀다)’을 말했다. 지난해 4월부터 장관 취임 전까지 통일연구원장을 역임했다. 앞서 청와대 국가안보실 정책자문위, 통일부 정책혁신위에서 위원 활동을 했다. 2010년부터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로서 학생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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