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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다뉴브강에서 ‘팽목항’이 떠오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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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다뉴브강에서 ‘팽목항’이 떠오른 이유는…

입력
2019.06.09 16:04
수정
2019.06.09 20:5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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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머르기트 다리 인근에 허블레아니호 인양 작업에 투입되는 크래인 클라크 아담이 정박하고 있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머르기트 다리 인근에 허블레아니호 인양 작업에 투입되는 크래인 클라크 아담이 정박하고 있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1. 허블레아니호 침몰 사고 발생 43시간째였던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오후 4시 헝가리 부다페스트 소재 한국문화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기자들 앞에 섰다. “정부 합동 신속대응팀이 도착했다”며 “샨도르 핀테르 헝가리 내무장관과 만나서 조속한 선체 인양과 실종자 유실 방지 등 협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실방지망 설치는 사고 11일째인 8일에서야 완료됐다.

#2. 선체 인양을 위한 대형 크레인 ‘클라크아담’은 다뉴브강 상류에서 사고 현장까지 남하하다가 갑자기 현장 5㎞을 남기고 이동을 멈췄다. 강의 높은 수위가 문제라는 이유가 붙었다. 선체 인양 돌입 시점은 속수무책으로 늦어졌다. 그러다가 갑자기 예인선을 이용해 7일 사고 현장에 진입했다. 수위는 낮아지지 않은 상태였다. 신속대응팀은 클라크아담의 이동 상황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알아볼 수 밖엔 없었다.

참사 발생 열흘이 넘은 9일(현지시간)에도 한국 정부는 ‘한ㆍ헝가리 공조’를 수없이 강조했다. 하지만 현장에서의 공조는 말뿐이다. 참사 직후 한국에서 날아 온 신속대응팀 잠수사들은 헝가리 정부의 불허 결정에 발이 묶였다. 지난 3일 오후 4시가 되어서야 다뉴브강에 처음 들어갔고, 그나마도 선체 내부 진입은 금지됐다. 잠수 횟수도 손가락에 꼽힐 만큼이었다. 헝가리 측이 인양으로 방향을 굳히면서 사고 현장 옆 바지선에서 헝가리 측의 잠수 작업을 지켜볼 수밖에는 없었다. 열흘 내내 ‘신속’이라는 이름이 무색했다.

신속대응팀은 대신 하루 한 차례씩 정례브리핑을 연다. 하지만 이 브리핑도 불통이다. 헝가리 정부가 슬로바키아 정부에 다뉴브강 상류 물길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는지 여부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도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사실은 이미 현지 언론이 공개한 상태였다. 나중에 “상류 수문 폐쇄는 이번 작전과 관련이 없다”고 말하며 진화를 시도했지만, 결과적으로 취재진에 거짓말을 한 것만 확인했을 뿐이다. 침몰선박 인양도 그렇다. 현지 언론은 헝가리 당국을 인용해 “10일에도 인양이 어렵다”고 보도했지만, 아무 권한도 없는 신속대응팀은 “빠르면 10일 인양한다”고 주장했다. 누군가 한 쪽은 진실을 가리고 있는 셈이다.

2014년 4월의 ‘세월호 트라우마’는 모든 한국인의 가슴에 깊이 남아 있다. 당시 정부 대응이 미흡했고, 유리한 정보만 공개한 것에 국민적 분노가 일었다. 2019년 6월 우리 정부가 이례적으로 ‘신속대응팀’을 보낸 건 국민적 분노가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다르다. 신속대응팀은 ‘신속 대응’ 모양새를 국내에 전달하려고 하지만 현장에서 직접 보고 있는 기자는 그런 움직임을 느끼기 힘들다. 헝가리 측에 끌려가는 모양새만 느껴진다. 참사와 늦어지는 실종자 수습에 마음 아픈 국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이번에도 진실이다. ‘공조’라는 포장에 집착하지 말고 사실을 공개하라. 그것만이 정부가 관련 가족과 국민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길이다.

부다페스트=김진욱 국제부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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