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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민의 B:TV] “스페인하숙→강식당2”...나영석이 그린 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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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민의 B:TV] “스페인하숙→강식당2”...나영석이 그린 큰 그림

입력
2019.06.0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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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 PD가 예능계 ‘협업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tvN 제공
나영석 PD가 예능계 ‘협업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tvN 제공

나영석 PD가 그린 큰 그림이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 달 24일 tvN ‘스페인 하숙’이 종영한 지 일주일 만에 나 PD가 ‘신서유기 외전-강식당 2’(이하 ‘강식당2’)과 함께 돌아왔다. 명불허전 tvN 예능국 ‘열일의 아이콘’다운 행보다.

첫 방송 7.6%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작했던 ‘스페인 하숙’은 자체 최고 시청률 11.7%라는 만족스러운 결과와 함께 막을 내렸으며, 같은 시간대 배턴을 이어 받은 ‘강식당2’ 역시 첫 방송 7.7%의 시청률로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앞서 ‘강식당1’이 첫 방송 시청률 5.4%로 출발, 자체 최고 시청률 8.3%를 기록했던 것을 감안했을 때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성적이다.

지난 달 31일 첫 방송 된 ‘강식당2’는 더 강력해진 웃음으로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tvN 제공
지난 달 31일 첫 방송 된 ‘강식당2’는 더 강력해진 웃음으로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tvN 제공

전작의 종영 이후 일주일 만에 새 프로그램으로 돌아왔지만, ‘나영석 예능’ 특유의 감성과 ‘강식당’만의 B급 감성이 섞인 재치 있는 편집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시즌1이 첫 식당 운영에서 오는 ‘날 것’의 느낌이 강했다면, 시즌2는 더욱 강력해진 멤버들의 식당 영업 케미를 필두로 농익은 웃음이 더해졌다.

전작인 ‘스페인 하숙’과의 차별점 역시 분명했다. ‘스페인 하숙’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알베르게를 운영하며 현지에서 만난 순례자들에게 잠자리와 식사를 대접하며 ‘MSG 없는’ 따뜻한 힐링을 전했다면, ‘강식당2’는 B급 코드 리얼 버라이어티 ‘신서유기’의 외전답게 폭풍처럼 몰아치는 웃음과 ‘저 세상’ 케미로 시청자들에게 시원한 재미를 전했다. 비슷한 시기, 나 PD가 연출했다는 공통점을 가졌지만 전혀 다른 성격의 두 프로그램이 주말 저녁을 점령한 것이다.

사실 나 PD가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만에 전혀 다른 성격의 차기작으로 돌아온 것도, 그럼에도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으로 안정적인 출발을 알린 것도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2001년 KBS 27기 공채 프로듀서로 입사하며 예능국에 발을 들였던 나 PD는 2013년 KBS를 떠나기 전까지 ‘자유선언 토요대작전’ ‘인간의 조건’ ‘해피선데이-1박 2일’을 연출했다. 지상파 예능이 가진 긴 호흡의 특성상 약 12년의 시간 동안 총 세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데 그쳤던 나 PD는 KBS 퇴사 이후 CJ E&M으로 이적, tvN에 새 둥지를 틀며 본격적으로 ‘나영석 사단’ 구성을 통한 다작 행보를 시작했다.

나영석 PD는 CJ E&M으로 이적 이후 매년 다수의 대표 예능을 탄생시켰다. tvN 제공
나영석 PD는 CJ E&M으로 이적 이후 매년 다수의 대표 예능을 탄생시켰다. tvN 제공

이적 이후 매년 연출작의 수를 늘려나가던 나 PD는 지난 2017년에는 한 해에만 무려 11편에 달하는 예능을 선보였다. 지난 해 역시 나 PD가 연출에 이름을 올린 프로그램은 7편에 이른다. 그 중에는 ‘숲속의 작은 집’으로 대표되는 의외의 도전작이자 시청률 부진을 면치 못한 프로그램도 있지만, 이를 제외하곤 상당수가 10%에 육박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흥행 성공’이라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일반적으로 예능 PD들이 1년에 한 두 편의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것도 벅찬 현실 속에서 나 PD가 이처럼 독보적인 다작 행보를 이어갈 수 있었던 힘은 오랜 시간에 걸쳐 완벽하게 자리 잡은 ‘협력 프로세스’였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신효정 PD, 이진주 PD, 정희연 PD, 양정우 PD. tvN 제공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신효정 PD, 이진주 PD, 정희연 PD, 양정우 PD. tvN 제공

이른바 ‘나영석 사단’의 대표주자들은 신효정 PD(‘꽃보다 청춘’, ‘신서유기’), 박희연 PD(‘삼시세끼’, ‘꽃보다 할배’), 이진주 PD(‘삼시세끼 고창편’, ‘윤식당’), 이우형 PD(‘신혼일기’ 1, 2), 양정우 PD(‘알쓸신잡’, ‘숲속의 작은 집’), 장은정 PD(‘스페인 하숙’) 등이다. 나 PD는 작품별로 다른 PD와의 공동 연출을 통해 각 프로그램의 특색은 명확히 살리고, 프로그램 제작 텀은 줄이는 영리한 프로세스를 가동 중이다

‘나 PD 표 예능’이 자가 복제 중이라는 우려는 이미 예전부터 전해졌으나, 실제로 ‘신서유기’ ‘윤식당’ ‘꽃보다’ 시리즈, ‘알쓸신잡’, ‘삼시세끼’ 등 대표적인 예능 시리즈들을 떠올렸을 때 각각의 분위기가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 역시 이 같은 프로세스가 효과적으로 가동 중임을 증명한다.

이 같은 프로세스는 앞으로 예능계의 미래가 될 전망이다. 최근 tvN의 또 다른 스타 PD로 꼽히는 정종연 PD(‘더 지니어스’, ‘소사이어티 게임’, ‘대탈출’ 연출)는 ‘대탈출2’ 관련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차기작 계획에 대한 이야기 중 “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많아서 쉬지 않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나가는 게 시스템화 돼 있는 나 PD님처럼 저 또한 프로그램 내에서의 역할을 조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는 이야기를 전한 바 있다.

당시 정 PD는 “대신 지금은 1년 혹은 9개월에 한 작품을 해왔다면 앞으로는 다작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후배 PD나 동료 PD들과 협업 프로세스를 구축해서 다양한 장르, 다양한 포맷의 프로그램을 보여드리는 게 목표”라는 바람을 드러냈다.

협력 프로세스를 통해 짧은 시간 내에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양질의 콘텐츠로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나 PD. 그가 그린 큰 그림은 이미 예능계에 새 바람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매주 반복되는 긴 호흡의 예능보다는 ‘짧고 굵은’ 신선한 웃음으로 무장한 프로그램들이 각광받는 시대 속에서 새로운 프로세스의 도입이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앞으로가 기대된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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