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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갈등, 중국 전문가 인터뷰] “중국은 양보ㆍ굴복 강요하는 트럼프 일방주의 용납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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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갈등, 중국 전문가 인터뷰] “중국은 양보ㆍ굴복 강요하는 트럼프 일방주의 용납 못해”

입력
2019.06.09 17:00
수정
2019.06.10 08:0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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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펑 중국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장

주펑 중국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장. 그는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이달 말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국과 미국이 협상을 재개하겠지만 무역전쟁은 좀처럼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굴복을 강요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오만한 태도를 중국은 참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주펑 중국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장. 그는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이달 말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국과 미국이 협상을 재개하겠지만 무역전쟁은 좀처럼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굴복을 강요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오만한 태도를 중국은 참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미국과 중국이 죽기살기로 덤벼드는 무역전쟁이 한창이다. 종지부를 찍지 못하고 불똥이 사방으로 튀면서 급기야 우위를 점하기 위해 상대방 기업과 개인을 볼모로 잡는 ‘막장 드라마’로 치닫고 있다. 주펑(朱鋒ㆍ55)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장은 이처럼 뒤틀린 전장의 한복판에 서 있다. 수십 년간 태평양을 오가면서 미중 관계를 연구하며 양국의 가교역할을 해온 최고의 전문가로 평가 받고 있지만, 보복조치의 표적으로 부각돼 미국 방문 비자 발급이 거부되는 사상 초유의 수모를 겪었다.

주 원장은 “양보를 강요하고, 굴복하라며 무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만한 자세를 중국은 참을 수 없는 것”이라며 “미국이 계속 화웨이를 압박하고 있지만 전선이 느슨해져 성공하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이어 28~29일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 미중 양자회담을 거론하며 “무역협상을 재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면서 “하지만 어느 쪽도 순순히 양보할 리 없어 무역전쟁은 좀처럼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양국이 아예 등을 돌려 파국을 자초하는 최악의 상황만큼은 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금지하거나 미국산 제품 불매운동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중이 서로 맞붙고 있지만 상호 의존관계를 단절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중간에 끼여 곤혹스런 처지에 놓인 한국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가 중국과의 협력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일침을 놓았다.주 원장은 미국 비자는 불허됐지만, 이달 초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해 꾸준히 미국 측과 접점을 넓히며 학자로서의 소임을 다하고 있다. 해외 출장 등을 감안해 인터뷰는 4일과 6일 두 차례에 걸쳐 이메일로 진행됐다.

_지난 4월, 미국 방문 비자 발급이 거부된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상황이 궁금한데.

“양국 관계가 얼마나 악화됐는지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지난 25년 동안 미국을 오가면서 연방수사국(FBI) 직원들과 접촉할 기회가 있었다. 항상 친절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아주 강압적이고 위협적으로 조사했다. 그들은 중국 정부와의 관계를 이야기해 달라고 했다. 특히 내가 정부 외교고문이라고 말하지 않으면,미국에 비우호적인 인사로 낙인 찍힐 것이라면서 격렬히 비난했다. 비자는 미국에 좋은 감정을 갖고 있는 우호적인 인사들에게만 발급해주는 것이라고 억지를 부렸다. 말도 안 되는 주장에 크게 놀라면서 분노했다. FBI 직원들이 이전과 전혀 다른 태도로 압박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들의 행동은 학술의 자유를 침해하고 학자로서의 자존심을 짓밟는 짓이었다. 난 그들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았다. 그러자 FBI 직원들은 끝내 미국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

_트럼프 대통령은 왜 화웨이를 공격하나.

“미국이 아닌 중국 기업이 5G기술을 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더 큰 우려는 중국이 5G를 군사분야에 응용해 ‘스푸트니크 모멘트(Sputnik Momentㆍ기술 우위를 확신하고 안주하던 국가가 후발주자의 압도적인 기술에 충격 받는 상황)’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건 미국이 절대 용납할 수 없다. 화훼이를 압박하는 건 굴기(崛起ㆍ우뚝 섬)하려는 중국의 과학기술을 짓누르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제조업과 과학기술이 군사장비와 군사력 향상에 전용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군사력 격차 가줄면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_다른 나라들도 화웨이 때리기에 가세했는데.

“미국의 동맹인 영국과 일본은 당연히 화웨이를 압박하겠지만 독일, 이탈리아 등 많은 다른 국가는 미국을 따라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말레이시아는 화웨이의 기술과 설비를 대거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이 통신기술을 독점하려고 공정 경쟁과 자유무역의 원칙을 위반하며 화웨이를 압박하더라도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상황이 더 악화되면 중국에서 미국 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질까.

“미국에서 중국제품불매운동을 먼저 하지 않는 한 중국도 마찬가지로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밀접하게 연관된 양국간 무역구조 때문이라도 그럴 수밖에 없다. 고율의 관세 때문에 중국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하는데 난항을 겪더라도 양국간 무역이 중단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무역전쟁을 벌인다고 해서 거래를 거부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_미국이 화웨이 제품을 쓰지 말라고 한국을 압박하는데.

“그렇다고 중국이 한국과 협상하는 게 과연 가능할까. 미국의 군사동맹인 한국은 특히 대북정책에 있어 대미 의존도가 높다. 또 삼성 등 한국의 대기업들은 5G분야에서 화웨이와 경쟁관계다. 화웨이를 옥죄는 미국 덕택에 삼성의 5G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이 화웨이 제품을 배제하면 공평경쟁과 시장자유 원칙에 어긋날 것이다. 한중 기업 간 협력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그러면 중국도 한국의 첨단기술 제품을 배제할지 모른다. 이런 악순환은 피해야 한다.”

_신흥 강대국이 패권국과 맞붙는‘투키디데스 함정’으로 미중 갈등을 보는 시각이 많다.

“투키디데스 함정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로 인한 피해는 줄일 수 있다. 미중이 반드시 충돌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갈등이 있지만 해결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더구나 핵 보유국인 양국 간에 전쟁이 발발하면 후폭풍을 국제 사회가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나. 미중은 서로 경쟁하면서 협력할 수밖에 없다.”

_미중 무역협상이 1년이 넘게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왜 이렇게 오래 걸리나.

“무엇보다 트럼프 정부의 협상 자세와 방식에 문제가 있다. 승자독식에 사로잡혀 중국이 완전히 양보하고 굴복하길 원한다. 이건 불가능한 일이다. 지난 5월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갑자기 2,0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건 분명히 중국을 무시하고 모욕한 행위다.”

_그러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양국이 협상으로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이달 말 일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는 협상을 다시 가동할 마지막 기회다. 하지만 양국이 이미 강경한 태도를 보인 마당에 어느 누구도 양보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더 걱정되는 건 설령 이견을 좁혀 합의에 이르더라도 양국의 국내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제대로 실행에 옮길 수 있을 지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이다. 양국 정상이 과연 틀어진 관계를 바로 잡고 무역전쟁의 장기화를 피해야 한다고 동시에 마음 먹을 수 있을까.”

_’미국 우선주의’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데, 중국의 대응은.

“힘을 다해 미국에 반격해야 한다. 양국의 충돌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자초한 것이다.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오로지 미국에 대항하는데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한다. 또한 중국 국내 개혁에도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경제와 산업정책이 온전히 시장에서 결정되고, 보조금과 관세를 줄이고, 개방하는 분야를 대거 확대해야 한다. 최선의 방책은 이미 덩샤오핑(鄧小平)께서 제시했다. 개혁개방을 철저히 하고 중국을 자유시장과 경제ㆍ법치ㆍ민주주의 국가로 건설하는 것이다. 그러면 국제사회의 성원과 이해는 물론 중국 인민의 더 큰 지지를 받을 수 있다. 반면 트럼프 정부의 정책은 미국의 자유주의를 많이 퇴보시켰다. 중국에게는 오히려 기회다.”

_희토류 수출 중단이 중국의 보복카드로 거론되는데.

“그런 카드는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별다른 효과도 없다. 의미 없는 대응이다.”

_미국과 일본이 유독 밀착하면서 중국에게 불리한 구도인데.

“뾰족한 대책은 없다. 다만 미일 동맹이 군사분야에서 중국을 향해 실력행사에 나설 지가 관건이다. 일본은 중국을 최대 위협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중국과 미국이 서로 대립하는 건 일본의 전략과 이득에 꼭 들어맞는다. 앞으로도 일본은 미국과 손잡고 중국을 압박할 것이다. 중국이 일본을 향해 뭘 더 바랄 것이 있겠나.”

_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언제 한국을 방문할까.

“시 주석이 조속히 한국을 방문하길 바란다. 중국과 한국, 미국이 서로 협력해야 한반도와 핵 문제 해결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한미일 3국 협력에만 주력하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그저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_샹그릴라 대화 현장 분위기를 들려달라.

“사흘간 싱가포르를 찾았다. 각국 안보부처 장관, 학자들과 폭넓게 대화를 나눴다. 미국 측은 “경제 안전도 국가의 안전”이라며 역내 국가들에게 중국과의 거래를 줄이라는 메시지를 줄기차게 보냈다. 이에 맞서 중국은 “미국이 대만을 이용해 중국을 견제하는 것을 강력 반대하며, 무력을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참석자들은 양측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신 냉전’의 길로 가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장은 누구

미국에 정통한 중국 내 전문가 그룹 가운데 중국 특유의 민족주의 색채가 덜하면서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춘 것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드러난 미국 비자 거부 파동 이후 미중 양국이 학자는 물론 유학생과 여행객의 비자까지 서로 엄격히 규제하면서 더 큰 주목을 받았다. 베이징대 교수를 거쳤고, 난징대 중국남해협동창신연구센터 주임을 겸하고 있다. 한국, 중국, 미국, 일본 등지에서 미중 관계를 비롯해 국제안보와 동북아 정세, 한반도 문제를 주제로 저술과 토론, 강연 활동에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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