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에 구글도 ‘반값 프리미엄’…기술 차별화 ‘관건’
‘후면 트리플 카메라, 온스크린 지문인식, 인피니티 디스플레이, 삼성페이 지원….’
삼성전자가 오는 14일 정식 출시하는 ‘갤럭시 A50’의 세부 제원들이다. 기존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나 익숙하게 보던 특징들이지만 삼성 대표 중저가 라인업인 A시리즈 이름이 붙은 것에서도 알 수 있듯, 갤럭시 A50는 출고가 47만3,000원의 중가 제품이다. 삼성이 M시리즈부터 A시리즈까지 중저가 신제품을 쏟아내는 총공세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LG전자와 구글의 새 중저가 스마트폰들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프리미엄부터 중저가까지 넓은 라인업으로 ‘쌍끌이 전략’을 취하는 게 색다른 모습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로 최근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흐르는 기류가 달라졌다. 미국 제재와 함께 구글의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지원이 끊기게 된 화웨이는 중저가 안드로이드폰 시장의 ‘큰 손’이다. 화웨이가 빠지는 자리를 누가 빠르게 흡수하게 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고성능 중저가폰’ 격돌
삼성전자는 8일 “최신 프리미엄 제품의 혁신 기능을 탑재한 갤럭시 A50 사전 판매를 10일부터 시작하고 14일 이동통신 3사 등을 통해 공식 출시한다”고 밝혔다. 사전판매는 삼성전자 홈페이지와 옥션, 위메프, 11번가에서 3,000대 한정으로 진행된다.
갤럭시 A50는 베젤(테두리)을 최소화한 대화면 ‘인피니티-U 디스플레이’가 적용돼 있다. A시리즈 중에서는 처음으로 화면 안에 지문인식 감지기(센서)가 내장된 ‘온스크린 지문인식’을 지원해 화면에 손만 대도 잠금이 해제된다. 후면에는 123도 800만화소 초광각 카메라와 2,500만화소 광각 카메라, 500만화소 심도 카메라 등 트리플 카메라를 탑재했다.
LG전자는 20만원대 고품질 오디오 기능을 앞세웠던 X4보다 제원을 한껏 높인 X6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달 중 우리나라를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 출격하는 X6는 1,600만화소 표준렌즈ㆍ500만화소 광각렌즈ㆍ200만화소 심도렌즈의 트리플 카메라를 장착했다. LG 중저가폰 중 트리플 카메라 탑재는 최초다. 출고가는 30만~40만원대로 예상된다.
안드로이드 설계자인 구글은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행사에서 새 픽셀시리즈 스마트폰 ‘픽셀 3a’와 ‘픽셀 3a XL’를 공개했다. 삼성과 LG처럼 트리플 카메라를 탑재하지는 않았지만 역시 카메라 성능을 앞세웠다. 인공지능(AI) 기술로 사진을 밝고 선명하게 만드는 게 특징이다. 당시 사브리나 앨리스 구글 프로덕트 매니지먼트 부사장은 “이 가격대의 프리미엄폰은 없었을 것”이라며 “카메라 모듈 등 하드웨어 부품의 성능을 머신러닝과 AI 등 소프트웨어로 구현해 원가를 절약했다”고 강조했다. 5.6인치 화면의 픽셀 3a는 399달러(약 47만원), 6인치 3a XL는 479달러(약 57만원)다.
◇수출도 생산도 흔들리는 화웨이
지금까지 화웨이가 빠른 속도로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던 건 ‘가격 대비 높은 성능’이었다. 100만원을 훌쩍 넘는 경쟁사 프리미엄 스마트폰들에 크게 뒤처지지 않는 제품을 50만원 이하로 쏟아냈다. 중저가부터 기반을 다진 뒤 프리미엄 라인업인 P시리즈와 메이트시리즈로 수익성까지 높이면서 삼성전자를 추격하는 2위 자리까지 올랐다.
그런 화웨이의 근간이 구글 최신 OS 중단으로 흔들릴 위기다. 화웨이는 자체 개발 OS ‘홍멍’으로 충분히 안드로이드를 대체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해외 소비자들에게 안드로이드 지원과 구글맵 등이 빠진 화웨이폰은 구매 유인이 크게 떨어진다. 샤오미, 오포, 비보 등 다른 중저가 중국 업체들이 약진할 가능성도 있지만 ‘고성능’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도를 내세운다면 삼성과 LG를 비롯한 제조사들도 틈새를 파고들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특히 중남미 시장에서의 반사 효과를 예상하는 전망도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화웨이는 페루, 칠레, 콜롬비아, 멕시코 등 중남미 시장의 약 60%에 해당하는 국가들에 진출해 있다. 올 1분기 화웨이 중남미 시장 중 점유율은 16%다. 지난해 중남미 전체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화웨이 판매량은 51% 늘면서 영향력이 커졌다. 주로 고가 제품 구매 시 저가 제품을 묶음으로 함께 제공하는 마케팅으로 점유율을 늘려 왔다.
기세를 몰아 브라질 진출도 앞두고 있었지만 이번 제재로 인해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위기는 시작됐다는 말도 나온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7일 “화웨이가 하반기 스마트폰 생산량을 당초 목표보다 20~30% 감산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해외로 나가던 물량의 상당 부문을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윤정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중남미 시장에서 화웨이의 제재로 인한 영향이 점진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보이며, 올 하반기 미국과 협의가 이뤄지더라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라인업이 잘 구축돼 있는 삼성뿐 아니라 화웨이가 중남미 시장에서 중저가 스마트폰에 초점을 맞추고 성과를 내오고 있었다는 점에서 모토롤라와 LG전자의 수혜도 예상된다”며 “특히 LG전자에게는 이번 상황이 중저가 스마트폰 수요를 흡수해 올 수 있는 반등의 기회인 만큼 중남미 시장의 전략 강화가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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