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아세안 의장국, 유엔 비상임 이사국… 2020년 대중국 압박 최고조 이를 듯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베트남이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내년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의장국 수임, 유엔 비상임 이사국 등 세계 외교무대에서 강화된 위상을 바탕으로 국익을 극대화 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베트남은 남중국해(베트남명 동해)를 놓고 중국과 대립하는 최대 당사국이다.
9일 VN익스프레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레 티 투 항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은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된 모든 당사국들은 유엔 해양법협약(UNCLOS)을 포함한 국제법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분쟁 해역에 대한 군사기지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새로운 내용은 아니지만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남중국해 제재법안’에 대한 베트남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이 같은 답변이 나왔다. 미국의 법안 추진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미 상원의원들이 추진중인 이 법안은 남중국해의 안정을 위협하는 행위나 정책에 관여한 개인과 법인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 입국 비자를 불허하거나 취소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국제법과 국제관계 기본 규칙을 위반하는 행위”라며 강력 반발한 바 있다.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베트남 정부의 발언 빈도와 수위는 내년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의장국 수임을 앞두고 높아지는 분위기다. 지난달에는 답보 상태에 있는 남중국해 행동준칙(COC) 협상과 관련해 “당사국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았지만 협상에 성실히 임하지 않는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COC는 아세안과 중국이 2002년 채택한 ‘남중국해 분쟁 당사국 행동 선언(DOC)’의 후속 조처로, 남중국해에서 우발 충돌 방지를 위한 지침이다. 아세안 창설 50주년이던 2017년 8월 양 측 외무장관들이 협상 초안을 채택했다. 지난해 아세안 의장국이던 싱가포르가 타결을 목표로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베트남이 중국 측의 남중국해 인공섬 군사기지 폐쇄와 미사일 등 전략자산 배치 철회를 주장하고, 여기에 중국이 반대하면서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현지시간) 유엔에서 열린 비상임 의장국 선거에서 베트남이 2020-20121년 임기의 이사국에 선출된 만큼, 내년엔 외교무대를 활용한 베트남의 이 같은 대중국 견제 내지는 압박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이 아세안 의장국과 유엔 비상임 이사국을 동시에 맡는 것은 처음이다. 아세안 외교가 관계자는 “많은 아세안 국가들이 중국과 관계된 여러 이슈에서 베트남이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며 “2020년은 베트남은 물론 아세안에 아주 중요한(critical)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항 대변인도 아세안 의장국 수임을 앞두고 각종 준비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응우옌 푸 쫑 베트남 당서기장 겸 국가주석은 베트남의 유엔 비상임 이사국으로 선출과 관련 “(베트남의 이사국 선출은) 세계 및 지역 문제에 있어 베트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주어진 협력과 개발, 평화 유지 등의 임무 완수에 자신감을 피력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