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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만을 ‘국가’로 인정… 안보로 번진 미중 충돌

입력
2019.06.07 17:17
수정
2019.06.08 00:1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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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의 中’ 원칙 부인 초강수… 국방부 보고서 “대만 군사적 지원을” 

 中 보란듯 “대만에 26조 무기 판매”… 美싱크탱크 “2049년 中군사력, 美 추월” 

 중국 “美 무기 판매 반대” 반발… “하나의 중국 원칙 준수해야” 촉구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무역전쟁으로 불붙은 미국과 중국의 대결이 마지막 보루인 안보 분야로 번지면서 전방위 패권경쟁 성격이 짙어지고 있다. 미국은 대만을 국가로 인정해 중국을 자극하는 한편, 중국에게 군사력의 우위를 뺏길 수도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 두 건을 공개해 긴장 수위를 높였다. 이에 중국은 연일 러시아와 결속을 다지며 대미 항전 의지를 밝혔다. 양측이 거친 언사로 맞서며 전선을 넓히면서 기존 패권국과 신흥 강대국이 무력 충돌하는 ‘투키디데스 함정’으로 치달을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난 1일 발표한 ‘인도ㆍ태평양 전략보고서’에서 대만을 국가로 언급해 지난 40년간 고수해온 ‘하나의 중국’ 원칙을 사실상 부인했다. 보고서를 보면 한국, 일본, 호주 등 동맹국에 이어 대만은 싱가포르, 뉴질랜드, 몽골과 함께 미국이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하는 4개의 ‘국가’로 규정돼 있다. 특히 보고서는 “중국 인민해방군은 대만을 무력으로 점령하려는 야욕을 버리지 않고 있다”면서 “미국은 대만이 충분한 자위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모든 군사적 지원을 다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또 중국이 보란 듯 2008년 이후 220억달러(약 26조원) 규모의 미국 군사 장비를 대만에 판매했다고 수치까지 적시하며 미ㆍ대만 사이의 군사 협력관계를 과시했다.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 대행은 발간사를 통해 “중국을 이끄는 공산당은 억압적인 세계 질서 비전의 설계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과는 공식적으로 단교했다. 같은 해 제정한 대만 관계법에 따라 경제ㆍ문화ㆍ군사적으로 지원하면서도 중국 반발을 의식해 국가로 언급하는 건 자제해왔다. 더구나 이번 보고서는 일부 관료의 발언이 아닌 공식 문서다. 따라서 그간의 족쇄를 일거에 풀어버린 건 정면으로 맞붙고 있는 중국의 반응에 구애 받지 않겠다는 강경 입장을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다.

중국의 급소인 대만의 무기 판매 카드도 다시 꺼냈다. 로이터통신은 5일(현지시간) “M1A2 전차 등 20억달러(약 2조3,000억원) 규모의 지상장비를 판매하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대만이 신형 전차로 40년 넘은 구형 전차를 대체할 경우 중국군의 대만 상륙작전을 저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난 4월 F-16V전투기 66대 판매 승인에 이어 올해 들어서만 두 번째 조치다. 랜달 슈라이버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차관보는 6일 “중국의 위협이 커지면서 대만에 계속 무기를 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5일 “2차 대전 이후 군사행동에 소극적이던 독일이 해군 함정의 대만해협 통과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전유물이던 항행의 자유 작전에 유럽도 가세해 중국을 압박한다는 의미다.

급기야 미국은 대만에 그치지 않고 직접 중국 때리기에 나섰다. 국방차관을 지낸 로버트 워크 등이 작성해 7일 공개한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보고서 ‘미국 능가하기- 중국의 상쇄전략’에 따르면 중국은 건국 100주년인 2049년 군사력에서 미국을 앞설 것으로 평가됐다. 1980~1990년대 미국이 압도적 우위를 유지했던 비결인 군사기술 혁신에 총력을 기울인 덕분이다. 특히 “인공지능(AI)과 사이버, 극초음속, 생명공학, 전자전 등 첨단 분야에서 강점을 갖췄다”며 “모의 전투에서 미국이 중국에게 종종 패할 정도”라고 기술했다. 기존 육ㆍ해ㆍ공을 넘어 전장이 사이버와 우주로 대폭 확장되면서 중국의 기술력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1991년 미국이 이라크를 100시간만에 제압한 ‘사막의 폭풍 작전’을 지켜보며 두려운 전율을 느꼈고, 1996년 대만을 포위하며 무력시위를 벌였지만 미국이 2개 항모전단을 투입하자 꼬리를 내린 전례가 있다. 1999년 당시 유고슬라비아 베오그라드 중국 대사관이 폭격 당했지만 미국을 상대로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 돈을 쏟아 부으며 미국을 바짝 뒤쫓았다. 1996년부터 2015년까지 20년간 군비를 매년 평균 11% 늘려 6.2배 이상 몸집을 불린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경쟁력의 척도인 연구개발 예산은 1991년부터 2015년까지 무려 30배나 늘었다. 2030년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미국과 맞먹을 전망이다.

보고서는 “이 과정에서 중국 정부와 민간 기업이 한 몸처럼 움직이며 기술 절도마저 서슴지 않았다”며 최근 화웨이 사태를 우회적으로 겨냥하면서 미국의 각성을 촉구했다. 또 “미군의 군사기술과 작전개념, 운용체제 간 조합을 다시 검토할 때”라며 중국 위협론을 재차 강조했다.

이처럼 미국이 안보ㆍ군사 부문까지 파상 공세를 펴면서 쥐고 흔드는 사이, 중국은 곧바로 대응하기 보다 러시아를 깊숙이 끌어들여 전열을 가다듬는데 주력하고 있다. 러시아를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5일 ‘신시대 전면적 전략 협력 동반자 관계’를 선언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우의를 강조한 데 이어 6일에는 러시아 전역에 화웨이의 5G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초대형 계약을 체결해 미국에 일격을 가했다. 양 정상은 회담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양국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며 “국제 정세가 복잡할수록 정치적 신뢰를 깊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는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것에 결연히 반대하며 엄중한 우려를 표명한다”면서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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