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견고한 지지율…여권 후보 경쟁 통해 ‘새싹 물주기’
리스크 큰 황교안 1위 독주…화끈한 경선으로 ‘어게인 2007’ 기대도
정치권의 내년 4월 총선준비가 과거보다 빨라지고 있다. 차기 대선주자들이 급부상하며 때이른 다자경쟁구도를 형성하는 분위기도 여권의 총선전략으로 풀이된다.스타정치인을 최대한 발굴하고 띄워 총선 선거운동에 활용하고, 풍부한 차기그룹을 보여주며 수권정당의 면모를 강조하겠다는 차원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이른바 총선 흥행 벌떼전략이다. 황교안 대표가 원톱으로 독주하는 보수진영에서도 잠룡들의 움직임이 이전보다 커졌다. 여야 정치권의 속내와 치열한 차기 고지를 둘러싼 내부경쟁 등을 체크하기 위해 본보 국회팀이 카톡방에 모였다.
광화문 불나방(불나방)=요즘 활동이 특히 눈에 띄는 여당의 차기 그룹은 누가 있나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당나귀)=여권에서는 정치나 대선 얘기가 나오기만 하면 손사래부터 치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문재인 정부 탄생 주역인 양정철 전 비서관이 민주연구원장으로 복귀한 직후 콕 집어 두 사람을 지목하면서 관심이 더 커진 상황이죠.
파랑은 동색=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부동의 1위를 지키는 이낙연 총리에 주목하는 시선도 많죠. 내년 총선에 직접 출마해 여의도로 다시 입성할지, 다른 후보들을 지원유세하며 네트워크를 다지는 역할을 할지 벌써 의견이 분분합니다. 최근 1심 무죄 판결을 받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은데요. 당내 소장파 의원들은 이 지사를 중심으로 뭉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친노-친문 직계그룹에선 역시 조국, 유시민을 내세우고 싶어하는 분위기이고요.
불나방=여권내 차기주자들의 뉴스 노출도가 커진 데 대한 정치권 반응은 어떤가요.
당나귀=여권이 권역별로 대선주자급 정치인을 띄우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경남 김경수, 부산 조국, 대구ㆍ경북(TK) 김부겸ㆍ유시민, 호남 이낙연ㆍ임종석, 서울 박원순, 경기 이재명 식으로요.‘좌희정과 우광재’(안희정·이광재)가 있었던 충청과 강원권도 조만간 공백이 채워지지 않겠냐는 관측입니다.
파랑은 동색=통상적으로 현정부의 레임덕이 시작될 때 차기 주자가 움직이는데, 지금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50%선을 꾸준히 유지하면서도 차기 주자군이 부각되는 다소 이례적인 모습이죠. 대통령의 견고한 지지율을 바탕으로 차기 후보들을 경쟁시키는 ‘새싹 물주기’ 전략으로 보이는데요. 대선주자들이 민주당의 틀 내에서 선의의 경쟁을 할 경우 여권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져 청와대와 당에 기여할 테지만, 만약 잡음이 생길 경우 분열의 씨앗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난해 민주당 당대표 경선 때 친문 핵심지지층이 이재명 지사를 출당시키라고 요구한 경우처럼 말이죠.
불나방=현재 여야 잠룡들을 비교하면 한국당은 황교안 대표의 입지가 명확히 보이는 반면 민주당쪽은 다자구도입니다. 이게 유리한 건가요, 그 반대인가요. 과거 김영삼 정부 말기엔 야권에 김대중이란 뚜렷한 후보가 있던 반면 집권당(신한국당)은 9룡으로 불리며 후보가 난립했고 이후 이회창-김대중 대결구도가 잡혔는데요.
빨간 양말=다자구도 전략은 기본적으로 플러스 효과가 많습니다. 문 대통령도 지난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이재명 경기지사와의 당내 경쟁 속에서 내실을 다진 측면이 있죠. 진흙탕 싸움만 되지 않는다면 당내에서 유력 주자들이 치고 받는 과정은 국민들의 주목도를 높일 수 있고, 누군가 예상치 못하게 낙마하더라도 대체할 인물이 있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전략입니다. 원톱으로 나가면 리스크가 큽니다. 과거 한나라당이 두 번의 대선에서 패배한 것도 이회창 후보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다가 아들 병역비리 의혹이 터지자 후보가 그대로 주저 앉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죠.
당나귀=민주당 차기 주자들로선 총선 공천에서 확실한 지분을 챙기려 할 텐데,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으려면 이해찬 대표의 리더십이 중요해 보입니다.
국회 둔치주차장 E구역(E구역)=황교안 1인 독주체제의 한국당은 어려운 길을 갈 듯해요. 당 내부에서 걱정이 많아요. “황교안이 지금 여론조사에서 1위라지만 여권 잠룡 경쟁구도가 정리되면 생존한 그 유력주자에 한참 못미치는 지지를 받을 것”이란 얘기를 하죠. 가뜩이나 일부 의원들이 “우리가 봐도 공안검사 출신은 시대흐름에 맞지 않긴 한데 대안이 없다”고 하는 마당에 여권에서 ‘벌떼 흥행’이 될수록 한국당의 위기감은 커지겠죠. 대선이 3년 남았는데 1인 독주 체제로만 가는 건 식상함을 주고요.
한강공원 피크닉=황 대표 독주체제가 굳어지면서 당내 통합과 안정을 되찾게 된 건 분명 장점이지만 리스크도 큽니다. 황 대표가 중도 탈락할 경우 대체주자가 없다는 거니까요. 때문에 황 대표가 다음 총선에서 험지에 출마해야 하느냐, 비례대표로 출마해야 하느냐를 놓고도 당내 의견이 갈립니다. 종로에서 세게 붙었다가 결과가 안좋으면 대권주자를 잃게 되니, 안전한 선택으로 황 대표를 보호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신중론이 나오는 거죠.
불나방=한국당이나 보수진영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홍준표 전 대표,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나경원 원내대표,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 정도가 황 대표와 추후 경쟁한다고 봐야할까요.
한강공원 피크닉=그렇죠. 다만 황 대표와의 지지 격차가 너무 커서 아직은 경쟁주자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죠. 그래도 당내엔 이들 중 누군가 치고 올라와 황 대표와 화끈한 경선으로 ‘어게인 2007’을 만들어주길 기대하는 목소리도 큽니다. 치열하게 싸우고 경선결과에 쿨하게 승복함으로써 본선에서 시너지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아름다운 시나리오를 꿈꾸는 거죠.
E구역=이들은 대부분 보수진영에서도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인물이어서 아직은 황 대표가 많이 앞서는듯해요. 공천 과정과 내년 총선 결과에 따라 황 대표 독주 체제가 공고해질지, 크게 흔들릴지 판가름나겠지요. 황 대표가 정치신인치고는 당을 안정감 있게 잘 끌었다는 평을 받고 있는데 과연 공천 불협화음 수습능력을 탁월하게 발휘해나갈지가 관건이죠.
불나방=아직 우리가 주목하지 않고 있는 인물이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급부상하는 일도 있을까요. 특별히 눈여겨봐야할 대상이 있나요.
당나귀=모든 초선의원의 꿈은 대통령이란 말이 있죠. 그런 관점으로 본다면 대선까지 남은 3년 가까운 시간은, 무언가를 예측하기엔 너무 긴 시간으로 보입니다.
빨간 양말=전세계 주요 국가에 젊은 지도자 바람이 불고 있어요. 40대 총리에 30대 대통령까지 나오고 있죠. 구태정치에 신물이 난 유권자들이 과거 노무현이나 안철수 같은 인물이 등장한다면 열광할 준비가 돼있다고 봅니다. 청년들의 소외감과 불만도 상당한 만큼, 패기와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젊은 정치인도 시대적 흐름을 잘 탄다면 급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눈여겨보고 있는 대상이 있어요. 누구냐고요. 비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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