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로 돌아온 구혜선이 ‘적막’을 주제로 대중과의 소통에 나선다.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 진산갤러리에서는 구혜선 초대전 ‘니가 없는 세상, 나에겐 적막’ 개최 기념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지난 1일부터 다음 달 28일까지 관람객들에게 무료로 공개되는 이번 초대전을 통해 구혜선은 ‘적막’, ‘스케치’, ‘다크 옐로우’라는 세 가지 시리즈로 총 19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배우뿐만 아니라 작가, 감독 등으로 활동 중인 구혜선은 앞서 컬러 프로젝트를 통해 ‘색(色)’을 통해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성찰은 물론 서로에 대한 이해와 소통, 공감을 이끌어 내 왔다. 하지만 이번 전시회에서 공개된 19점의 작품들은 일체의 컬러감 없이 흑백으로만 이루어 졌다.
구혜선은 이번 전시의 주제에 대해 “제가 컬러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어떤 색깔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서 블랙 컬러로 작품을 선보이게 됐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제 감정이 굉장히 좋지 않은 상태에서 그림을 그려서 ‘적막’이라는 주제‘를 짓게 됐다”고 말한 구혜선은 “제가 키우던 첫째 반려 동물이 세상을 떠난 뒤 무거운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게 됐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구혜선은 반려 동물이 떠났을 당시의 상황에 대해 “가족이다 보니 그 친구(반려 동물)이 떠난 뒤 남은 가족들도 2~3주간 앓아 누웠던 것 같다. 몸살도 났었고, 저 같은 경우는 병원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너무 마음이 좋지 않아서 약도 먹으면서 몸살을 앓다가 남은 반려 동물들도 책임져야 하다 보니 책임감으로 일어났던 것 같다. 떠난 아이에 대한 집착을 놓으려고 마음먹었던 것 같다. 어찌됐든 떠난 아이에 대한 생각에 집중하면서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회에서 공개된 작품들의 또 다른 특징은 ’적막‘의 일부 스케치 작품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작품이 선과 면으로만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작품 세계에 대해서 구혜선은 “그림 자체는 제가 가진 강박적인 것들이 습관화 된 부분이 많이 표현됐던 것 같다”며 “전시를 앞 둔 상황에서 반려동물을 잃은 후 어두운 부분이 많이 표현됐던 것 같다. 제 인생의 미래나 희망에 대한 강박이 있다면 블랙은 눈앞이 깜깜했던 상황에 대한 추상화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구혜선은 약 10년 간 작가로서 활동해 올 수 있었던 원동력과 이로 인해 자신의 상처를 치유 받을 수 있었냐는 질문에 “대중에 부정 당하는 힘으로 작품 활동을 했던 것 같다”고 솔직하게 밝히기도 했다.
구혜선은 “(대중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감정이 작품 활동을 하는 것에 힘이 되었던 것 같다”며 “부정의 힘으로 작가가 되려고 했고, 또 되어지고 있는 과정에 놓여있다는 생각이 든다. 완전히 치유가 되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20대 때는 부정당하는 게 조금 슬펐다. 내가 나쁜 건가. 내가 뭘 잘못했나 싶기도 했는데 이제는 굉장히 객관적으로 바뀐 것 같다”며 “그런 대중의 부정이 제가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였던 것 같다. 냉정하게 돌아봤을 때 ‘나 같아도 내가 싫었겠다’는 생각이 드는 중용의 마음도 지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이며 내면의 성장을 알리기도 했다.
구혜선이 이번 초대전을 통해 관람객들과 공유하고 싶은 감정은 무엇일까.
그는 “관람객 분들이 예술을 보실 때 자신의 감정을 투영해서 보신다고 생각한다”며 “ 때문에 이번 전시회 역시 즐거운 감정이나, 슬픈 감정 등 다양한 감정으로 보실 것 같다. 그냥 즐겨주셨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앞으로 약 두 달 여 간 작품을 통해 ‘작가 구혜선’으로 대중을 만날 그녀는 이후 배우로서의 활동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날 구혜선은 “배우 일에 집중하기 위해 굉장히 노력 중이다. 역할에 대해서 굉장히 고민 중이고, 작품도 많이 검토 중이다. 새로운 것을 하고 싶다. 기존에 했던 것들이 아니라 새로운 것들에 도전해 보고 싶어서 대본 등을 보면서 집중하고 있다”고 전하며 “이 전시가 끝난 뒤에는 배우로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것 같다”고 예고했다.
구혜선의 초대전 ‘니가 없는 세상, 나에겐 적막’은 지난 1일부터 다음 달 28일까지 서울 마포구 합정동 진산갤러리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회는 무료로 개방되며 별도의 티켓이나 계약 없이 관람이 가능하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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