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러브 발로 찬 NC 버틀러 사과, KBO “리그 격 훼손 행동, 강경 대응”

2014년 프로야구는 외국인 선수들의 잇단 돌출 행동에 멍이 들었다. NC 투수 찰리 쉬렉이 볼 판정에 불만을 품고 심판에게 다가가 우리 말로 욕을 하는 초유의 사건이 일어났고, 두산 타자 호르헤 칸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사진을 올렸다.
또 두산 투수 유네스키 마야는 상대 벤치를 향해 손가락 욕설을 했다. SK 외국인 선수 3명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사고를 쳤다. 타자 루크 스캇은 당시 이만수 감독과 언쟁을 벌였고, 투수 로스 울프는 심판과 실랑이를 했다. 시즌 중 팀을 떠난 투수 조조 레이예스는 SNS에 몸 담았던 구단을 모욕하듯 SK 로고를 표적 삼아 사격하는 동영상을 올렸다.
이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듬해 심판 또는 리그를 비방하거나, 인종 차별적 언행을 하는 경우 제재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국내 선수뿐만 아니라 외국인 선수도 리그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행동을 할 경우 제재를 가하겠다는 의도였다.
이후 한 동안 잠잠하던 외국인 선수의 기행은 올해 다시 연이어 반복됐다. 한화 타자 제러드 호잉은 지난달 30일 대전 KIA전에서 상대 투수의 4연속 견제구에 짜증 섞인 반응을 보였고, 도루에 실패한 다음 상대 유격수의 글러브를 손으로 밀치는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 호잉은 이튿날 “승리에 대한 열망이 강해서 순간적으로 그랬다.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호잉의 행동은 그나마 양반이었다. NC 투수 에디 버틀러(28)는 6일 대구 삼성전에서 볼넷을 내준 뒤 글러브를 벗어 던진 다음 하늘로 걷어찼다. 마운드 위에서 글러브를 내던지는 행동도 불손한데, 한발 더 나아가 축구하듯 발로 글러브를 차는 장면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기행이었다. 이를 본 주심은 곧바로 경고 조치를 했다. NC 구단은 7일 “버틀러가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며 “당일 저녁 엄중히 경고했고, 재발 시 구단 내규에 따른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사과했다. 버틀러 역시 구단을 통해 “불손한 행동으로 야구 팬과 동료 선수, 팀을 실망시켜 죄송하다. 반성하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다시 반복된 외국인 선수들의 도 넘은 행동에 KBO 관계자는 “리그를 모욕하고 격을 떨어트리는 행위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앞으로는 단순히 경고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즉각 퇴장 조치도 취하는 등 강경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구단에서도 국내 정서를 외국인 선수들에게 잘 교육시켜 감정 표현 방법을 절제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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