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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갈등, 미국 전문가 인터뷰] “무역전쟁 승자는 없다… 차이 인정하고 한걸음씩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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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갈등, 미국 전문가 인터뷰] “무역전쟁 승자는 없다… 차이 인정하고 한걸음씩 가야”

입력
2019.06.10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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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린 에니스 미중기업협의회 수석부회장 


“미중 무역 전쟁에서 승자 없다. 결국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미중기업협의회(US-China Business Council)의 에린 에니스 선임 부회장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무역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우려하면서 “미중 양국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경제 환경을 점진적으로 변화시키면서 미중 관계를 진전시키는 길이 있다”며 미중 무역 협상의 쟁점도 충분히 합의 가능한 이슈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양국의 강 대 강 대치로 긴장이 고조돼 타협을 어렵게 하고 있다”며 이달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까지 합의가 이뤄지기에는 상황이 험난하다고 우려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_현재 교착 상태에 빠진 미중 무역협상이 가까운 시일 내 타결될 수 있을까. 이달 말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만나 협상 타결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양측의 핵심적인 차이는 무역 협정의 이행 메커니즘과 중국의 변화 성격에 대한 것이다. 미국은 특정한 시간표 아래서 중국이 특정한 법률을 바꾸고 이런 약속을 공개적인 합의에 포함시킬 것을 주장한다. 또 6개월 동안 중국의 이행 여부를 점검할 때까지 기존 관세도 유지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면서도 합의문에 명시하기를 원치 않고 자신들의 시간표 대로 이행하려고 한다. 기존 관세의 즉각적인 철회도 요구하고 있다.

사실 이런 이슈들은 충분히 협의될 수 있는 사안이다. 문제는 정치적 요소로 인해 미국과 중국의 강대강 대치가 고조되면서 양측이 적대적 환경 속에서 협상을 해야한다는 점이다. 미국이 관세를 10%에서 25%로 추가 인상하고 화웨이에 대한 규제 조치에 나서는 등 강하게 압박하는 데 대해 중국도 똑 같이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양 정부 모두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어 협상을 어렵게 하고 있다. 물론, 두 지도자가 만나서 문제를 푸는 것은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도 그런 결정을 해왔다.하지만 양 정상간 회담을 위한 준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은 없다. 어떤 제안을 정상회담 테이블에 올릴지 등을 정하는 실무 협상이 현재로선 진행되는 게 없는 것 같다. G20 때까지 양측이 해법을 찾는 것은 도전적인 과제다.”

_트럼프 대통령이나 시 주석 모두 양보하는 모습으로 비치면 자국 내에서 정치적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해 협상 타결을 어렵게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내 정치적 메커니즘이 미중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나.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기는 어렵다. 다만 미국과 중국 모두 지도자들이 정치적으로 약하게 보이는 것을 우려해 양보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은 게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보면, 그는 자신의 정당이 추구하거나 참모들이 조언해온 것과는 다른 결정을 많이 해왔고 큰 문제 없이 견뎌냈다. 반면 중국의 정치 시스템은 다르다. 시 주석은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는 정치 환경 속에서 국가를 운영한다. 특히 올해는 미중 수교 40주년을 맞는 해다. 이 때문에 불공평한 대우를 받는 합의에 대해 중국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문제는 정치적 고려가 무역 협상의 실질적 이슈를 압도할 지다. 현재로선 정치적 고려가 변수인데,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칠 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_트럼프 정부는 미국 경제가 튼튼하기 때문에 무역 분쟁을 견딜 수 있다고 주장하고, 중국도 장기전을 각오하는 분위기다. 무역 분쟁이 장기화하면 어떤 나라가 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나?

“어느 쪽이 더 피해를 입는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모든 점을 고려할 때 양쪽 모두 피해를 입는다.이 때문에 미국 재계가 양 정부 모두에게 협상 테이블에 복귀해 이견을 해결하도록 노력해달라고 촉구하는 것이다.이런 종류의 전쟁에서 승자는 없다.중국은 무역 분쟁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에게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다.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간 해소하려고 노력해왔던 기존의 재정 회계 정책을 지속하게 될 것이다.미국은 농민들에게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지만 이게 제조업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관세가 계속 올라가면 결국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통계적으로 어느 나라가 더 피해를 입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양측 모두가 막대한 피해를 입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_트럼프 정부의 강경파들은 중국이 경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때까지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중국이 그런 강경파의 요구를 순순히 따를 가능성은 없다. 이 때문에 중국과 미국의 평화적 공존의 시대는 끝나고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고 충돌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향후 미중 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에서 당선되지 않았더라도 미중 관계는 중요한 변화를 맞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미중 관계의 도전에 대해 매우 다른 비전을 갖고 있었고, 그가 대통령이 됐다면 아마도 더 강경하게 대응했을 것이다. 미중 관계가 2016년 이전의 방식으로 돌아갈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 어떤 변화가 필요했고, 실제 또 어떤 변화들이 일어났다. 우리는 매우 다른 환경에 처해 있는 것이다. 우리의 희망은세계 양대 경제를 가진 두 정부가 앞으로 함께 나아갈 길을 찾는 것이다. 양 정부가 그들의 차이를 인정하고 평화적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길을 찾고자 한다면, 갈등이 불가피한 것이라고 여길 이유는 없다. 알다시피 우리가 중국에게 국영기업을 없애고 그들의 산업정책을 폐기하도록 설득시킬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것은 중국이 경제를 운영하는 근간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우리가 처해 있는 위치에서 한걸음씩 나가는 방식으로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중기업협의회가 수년간 주장해온 것 중 하나가 중국이 지적 재산권 침해에 대해 형사 처벌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중국에서 누군가 지적 재산을 훔치면 벌금만 물고 사업을 계속할 수 있다. 명백히 엄청난 상업적 이익을 취하더라도 말이다. 중국이 지적 재산권 보호 관련법 개선의 윤곽을 잡고 있는데 사람들에게 분명한 책임을 지우게 함으로써 변화를 추구할 수 있다. 지적 재산권 침해에 대해 형사처벌이 이뤄지면 그런 일을 저지르는 다른 기업들에 대한 억제 역할을 할 수 있다. 기업 관점에서 보면 그런 게 근본적인 구조적 변화의 한 모습이다. 중국의 경제 전체 구조를 바꿀 수는 없지만, 이런 변화 하나가 외국 기업들이 자신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게 해준다. 중국이 취해야 하는 근본적 변화에 대한 완벽한 합의를 도출할 수는 없다. 또 미국과 중국이 예전과 같은 관계로 돌아갈 수도 없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 환경을 개선하면서 미중 관계를 진전시키는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동맹 관계까지 훼손시켜 장기적으로 볼 때 미국의 리더십을 약화시키고 중국과의 경쟁에서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지적도 있다.

“우리는 처음부터 미국이 미국의 입장에서만 행동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 재계 관점에서 보면, 미국 기업이 중국에서 직면한 문제는 한국 기업이나 유럽 기업, 일본 기업이 처한 문제와 다르지 않다. 미국이 미국 입장에서만 행동하면 혼자서 모든 문제를 처리해야 하는 환경에 처할 뿐만 아니라 미국 기업을 보복 타깃으로 만든다. 지적 재산권 같은 문제는 동맹국 모두가 동의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동맹국들과 함께 대처하면 중국이 모든 외국 기업을 상대로 해야 하기 때문에 보복하기 어렵게 만든다. 지금 트럼프 정부는 미국 혼자 가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갖고 있는데,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없다. 우리는 계속해서 한국, 유럽, 일본, 호주 등과 협력할 것을 미국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함께 협력함으로써 더 좋고 더 지속가능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한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나? 한국에 대한 조언이 있다면.

“분쟁이 계속되는 상황이 한국 기업들에게는 기회일 수도 있다. 미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제품 공급을 점점 더 못하기 때문에 미국 기업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에는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호재다. 하지만 중국의 지적 재산권 문제 등이 해결되면 한국 기업들도 큰 혜택을 거둘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이 직면한 문제가 미국이나 다른 외국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경험한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무역 협상 타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를 기대한다.”

▦1973년 설립된 미중기업협의회(USCBC)는 중국과 거래하는미국 기업 200여개사를 회원으로 두고 있는 비영리 민간 기관로 미중 무역 관계를 증진시키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에린 에니스 수석 부회장은 미국무역대표부(USTR)와 미 의회 등에서 아시아 통상 관련 업무를 맡았다. 이후 민간영역으로 나와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설립한 국제컨설팅회사인 키신저맥라티 어소시에이츠에서 일했다. 2015년부터 USCBS 수석 부회장을 맡아 회원사들을 자문하며 이들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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