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피겨퀸' 김연아(29)가 정식으로 나선 아이스쇼는 예상대로 대박이었다. 선수들의 퍼포먼스와 안무, 관중의 호응 모두 흠 잡을 곳이 없었다.
김연아는 6일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올댓스케이트 2019에 참가했다. 은퇴 직후인 2014년 이후 오랜만에 메인으로 치르는 아이스쇼였다. 지난해 올댓스케이트에 잠시 나서긴 했지만 말 그대로 깜짝 출연이었다.
김연아는 1부에서 라라 세인트 존과 일란 레히트만이 연주한 '다크아이즈(Variations on Dark Eyes)'에 맞춰 연기했다. 3분 가량의 짧은 시간 동안 김연아는 애절함과 비장함을 온 몸으로 곡을 표현했다. 두 번째 갈라 프로그램인 '이슈(Issues)'는 '다크아이즈'와 달리 시종일관 경쾌했다. 파란색 반짝이 바지로 멋을 낸 김연아는 신나는 선율에 제대로 몸을 맡겼다.
김연아는 "무사히 첫 공연을 마쳐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다른 공연들보다 합을 맞춰야 하는 부분이 많아서 선수들이 고생했다"고 돌아봤다.
1만4594명을 동시 수용할 수 있는 케이스포돔은 '여왕의 귀환'을 보기 위한 팬들로 가득 찼다. 장비 설치로 팔지 않은 좌석과 관람이 좋지 않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팬들은 김연아 뿐 아니라 선수들이 나올 때마다 박수와 환호로 쇼를 빛냈다.
"상당히 오랜만에 체조경기장에서 공연을 했는데 많은 분들이 자리를 채워주셨더라. 입장하기 전에는 긴장이 안 됐지만 얼음 위에 서니 긴장되더라"는 김연아는 "많은 관중이 호응을 많이 해주셔서 즐겁게 했다. 다른 선수들, 특히 신나는 음악을 하는 선수들은 흥이 나서 재미있게 했다더라. 나도 같은 마음으로 퍼포먼스를 했다"고 고마워했다.
이번 아이스쇼의 특징 중 하나는 출연자가 바뀔 때 흐름이 끊기지 않고 물 흐르듯 전개됐다는 점이다. 오프닝 무대 때 마지막으로 등장한 김연아가 첫 번째 공연 주자이자 박소연, 최다빈, 김예림, 이해인 등 후배들에게 자연스레 자리를 내준 것이 대표적이다. 세대 교체를 암시하는 퍼포먼스였다.
김연아는 "과거에는 각각 한 명씩 보여주는 방식이었다면, 이번에는 1,2부가 하나로 연결되는 식이었다.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는 작업을 많이 했던 것 같다"면서 "내가 후배 선수들을 소개하고 (자리를) 넘겨주는 것에도 세세한 의미가 담겨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아이스쇼를 위해 김연아는 3개월 이상을 준비했다. 모처럼 만나는 팬들에게 완벽한 모습을 선보이기 위해 현역 시절 버금가는 강도 높은 훈련으로 몸을 만들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두 차례 개인 프로그램을 소화해야 한다. 음악 템포도 빠르다. 몸에 익히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시간을 많이 투자했다. 3개월 정도 매일 준비를 했는데 잘 표현이 됐는지 모르겠다. 최선을 다했다."
아쉽게도 세계를 호령했던 점프는 볼 수 없었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시는 것 같다"고 운을 뗀 김연아는 "오랜 기간 뛰었지만 공백만큼 다시 뛰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많은 분들이 점프를 좋아해주시지만 '퍼포먼스로 1~2번 뛴다고 크게 달라질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탄탄한 퍼포먼스도 점프를 하지 않은 주된 이유 중 하나다. 김연아에겐 점프 없이도 쇼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김연아는 "당연히 점프를 보여드리면 좋겠지만 점프가 아니어도 충분히 프로그램을 잘 보여드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프를 하면) 내가 다시 뛰었다는 것 외에 공연으로서는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점프 외에도 얼마든지 표현을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2018년과 올해 세계선수권대회를 연거푸 제패한 '점프 천재' 네이선 첸(20·미국)도 자리를 빛냈다. 첸은 "이렇게 큰 경기장에, 이렇게 많은 관중이 오셔서 놀랐다. 오프닝 때 조명이 나에게 왔을 때 매우 흥분됐다. 내가 왜 스케이팅을 사랑하는지 다시 한 번 느꼈다. 김연아를 포함한 선수들 모두 훌륭했다. 덕분에 즐거웠다"고 말했다.
첸은 이날 2017~2018시즌 쇼트프로그램으로 사용했던 ‘네메시스’를 들고 나왔다. 평창동계올림픽 때도 사용했던 곡이다. 당시 첸은 명성에 걸맞지 않은 실수들로 쇼트프로그램에서 82.27점에 그쳤다. 이 여파로 갈망했던 올림픽 금메달도 놓쳤다.
첸은 아픔이 담긴 '네메시스'를 선택한 배경을 두고 "평창에서 이 곡을 잘 연기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가 좋아하고 아름답게 짜인 이 프로그램을 선보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앞으로도 이 프로그램을 계속 보여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재즈곡인 ‘타임 애프터 타임(Time After Time)’과 EDM인 ‘그레이트 스피릿(Great Spirit)'으로 반전 매력을 뽐낸 평창동계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이자 올해 사대륙선수권대회 우승자인 우노 쇼마(일본)는 "한국에서 아이스쇼는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많은 아이스쇼에 참석했는데 한국처럼 환호가 컸던 공연은 처음이었다. 오프닝과 피날레 모두 완성도가 높았다"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공연은 7일과 8일 같은 장소에서 계속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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