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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풀기' 나서는 중앙은행들... 미중 무역전쟁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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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풀기' 나서는 중앙은행들... 미중 무역전쟁 일파만파

입력
2019.06.07 13:29
수정
2019.06.07 20:4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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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34개월 만에 금리인하 이어 ECB “0%금리 내년 상반기까지”

인도 올해만 3번째 금리인하 등 신흥국들도 줄줄이 인하 대열

마리오 드라기(오른쪽)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6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ECB 통화정책 결정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AFP 연합뉴스
마리오 드라기(오른쪽)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6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ECB 통화정책 결정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AFP 연합뉴스

선진국과 신흥국을 막론하고 각국 중앙은행들이 앞다퉈 완화적 통화정책에 나서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확대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7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은 전날 열린 통화정책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 예금금리(시중은행의 중앙은행 예치 기준)를 -0.40%로 유지하면서 이러한 정책금리를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초 올해 연말로 설정했던 ‘제로금리’ 유지 기한을 6개월가량 연장한 것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ECB의 통화정책 방향이 금리 인상 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ECB는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일엔 호주중앙은행(RBA)이 기준금리를 종전 1.50%에서 1.25%로 인하했다. RBA의 금리 인하 조치는 2016년 8월 이후 2년 10개월 만으로, 부동산 가격 급락과 미중 무역전쟁으로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호주는 올해 들어 금리를 내린 국가 중 경제 규모가 가장 크다. 필립 로우 RBA 총재는 4일 RBA 이사회 연설에서 “더 낮은 금리를 기대하는 것이 비합리적인 것은 아니다”라며 추가 인하 가능성까지 열어놨다.

신흥국도 속속 금리 인하 대열에 가세하고 있다. 인도중앙은행(RBI)은 지난 6일 기준금리를 6.00%에서 5.75%로 0.25%포인트 내렸다. 지난 2월과 4월에 이어 올해 세 번째 인하 조치로, RBI는 이날 성명에서 “통화정책 기조를 기존 중립에서 완화적으로 바꾼다”고 선언했다. 인도 경제는 지난해 4분기 6.6% 성장해 5개 분기 만에 최저 성장률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 성장률은 가계 및 기업의 지출 약화로 5.8%까지 떨어졌다. 앞서 지난달에는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필리핀, 아이슬란드, 스리랑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렸다.

세계 중앙은행들의 정연한 통화 완화 움직임은 미중 무역분쟁 격화로 글로벌 경제가 수요 둔화에 직면할 것이란 전망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 5일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8일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 상정될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미중 양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따른 투자·생산성 저하로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0.5%포인트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대중 무역분쟁에 맞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는 점도 다른 나라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스턴, 시카고, 세인트루이스 등 기준금리 결정 투표권을 보유한 지역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들이 무역분쟁의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방편으로서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언급한 데 이어, 제롬 파월 연준 의장까지 지난 4일 “무역 문제가 미국 경제 전망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지켜볼 것이며, 경기확장을 지속하기 위해 적절하게 조치할 것”이라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이르면 이달 18~19일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7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한은도 머잖아 기준금리 인하 행렬에 동참할 것이란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씨티,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소시에테제네랄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최근 전망 보고서에서 “한은이 4분기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보이며,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할 경우 인하 시기를 보다 앞당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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