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순 시인(64)의 ‘죽음의 자서전’이 한국 최초로 캐나다 최고 권위 그리핀 시문학상(Griffin Poetry Prize)을 수상했다. 그리핀 시문학상 선정위원회는 6일(현지시간) 올해 수상작으로 김 시인의 ‘죽음의 자서전’(영문제목 ‘Autobiography of Death’)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인터내셔널 부문에서 선정된 김 시인은 번역을 맡은 최돈미씨와 공동으로 수상하게 된다.
2016년 초 국내 출간된 ‘죽음의 자서전’에는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우리 사회의 죽음을 주제로 한 시 49편이 실렸다. 김 시인이 2015년 삼차신경통이라는 뇌 신경계 문제를 겪으며 맞닥뜨린 고통 속에서 쓰였다. 김 시인은 캐나다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국가가 책임지지 않아 죽음으로 내몰린 사람들에 대한 아픔을 함께 앓았다”며 “번역가 최돈미씨와 투병 중인 어머님께 감사드린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1979년 등단한 김 시인은 독창적 어법과 전위적 상상력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시인으로 불려 왔다. ‘당신의 첫’ ‘날개 환상통’ 등 시집 13권을 펴냈으며 김수영문학상과 현대시작품상, 대산문학 등을 수상했다. 번역을 맡은 최돈미씨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시인 겸 번역가로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핀 시문학상은 2000년 캐나다의 출판 사업가 스코트 그리핀이 2000년에 제정한 상으로, 해마다 전년에 영어로 발표된 시집을 대상으로 캐나다와 인터내셔널 부문을 나눠 시상하고 있다. 인터내셔널부문 후보에는 김 시인을 비롯해 레이먼드 안트로버스의 ‘인내(The Perseverance)’, 다니엘 보르주츠키의 ‘미시간 강(Lake Michigan)’ 등이 함께 올랐다. 각 부문 수상자에게는 6만5,000캐나다달러가 주어진다. 인터내셔널 부문의 경우 시인과 번역가가 상금을 나눠 갖게 된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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