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씨 “황장엽은 독립운동에 전혀 기여한 바 없었으나 훈장 받아”
문재인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사에서 항일 무장독립운동가 약산 김원봉을 언급한 일을 두고 자유한국당이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반박도 이어지고 있다. 역사학자 전우용씨는 주체사상을 정립한 황장엽도 받은 훈장을 김원봉이 못 받을 이유가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전씨는 지난 6일 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황장엽은 주체사상을 정립하여 김일성 세습 독재체제 수립에 결정적 역할을 했고,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까지 지냈다”며 “그는 독립운동에 전혀 기여한 바 없었으나, 북한 정권의 숙청을 피하여 월남하는 데 성공한 공적으로 2010년 이명박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고 밝혔다.
전씨는 “김원봉은 의열단 단장, 조선의용대 대장, 광복군 부사령, 대한민국임시정부 군무부장을 지내면서 독립운동에 혁혁한 공적을 세웠다”며 “해방 후 귀국한 그는 노덕술 등 친일 경찰에게 모욕 받은 데다가 정치적 동지였던 여운형이 암살당하는 것을 본 뒤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남북협상에 참석했다가 북한에 눌러앉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국적 명성을 지닌 그는 북한에서 국가검열상과 노동상,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지만, 김일성과는 소원한 관계에 있었다”며 “그 역시 황장엽과 마찬가지로 김일성 일파의 숙청을 피하여 탈북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처형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전씨는 “대통령이 현충일에 김원봉을 언급한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펄펄 뛰는 사람들, 북한 주민들을 ‘주체사상의 포로’로 만든 최악의 사상범 황장엽이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는데, 김일성 일파에게 숙청당해 남한에서 ‘반공 교육 자료’로 활용돼 온 김원봉이 훈장을 받지 못할 이유는 뭔가”라고 되물었다.
앞서 현충일인 6일 문 대통령은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애국 앞에 보수와 진보가 없다”며 “저는 보수든 진보든 모든 애국을 존경한다”고 밝혔다. 이어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상식의 선 안에서 애국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통합된 사회로 발전해 갈 수 있을 것”이라며 “그것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보훈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어 항일투쟁기 역사를 꺼내며 김원봉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광복군에는 무정부주의세력 한국청년전지공작대에 이어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돼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역량을 집결했다”며 “통합된 광복군 대원들의 불굴의 항쟁의지, 연합군과 함께 기른 군사적 역량은 광복 후 대한민국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되고, 나아가 한미동맹의 토대가 됐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사에서 김원봉을 언급한 것을 두고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6ㆍ25 전쟁에서 세운 공훈으로 북한의 훈장까지 받고 북의 노동상까지 지낸 김원봉이 졸지에 국군 창설의 뿌리, 한미동맹 토대의 위치에 함께 오르게 됐다”며 “귀를 의심하게 하는 추념사”라고 비난했다.
독립운동가 김원봉은 1919년 의열단을 조직해 무정부주의 투쟁을 전개했다. 하지만 48년 월북해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한 정권에서 고위직을 지내다 58년 숙청됐다. 이 같은 행보에 광복 이후 김원봉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국가보훈처 자문기구인 국민중심 보훈혁신위원회가 올해 초 김원봉을 독립유공자로 포상할 것을 권고한 사실이 알려지며 찬반 논쟁이 일기도 했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