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진심 어린 목소리에 눈물 나” 김혜수 낭독 6ㆍ25 참전용사 아내의 편지 SNS 화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진심 어린 목소리에 눈물 나” 김혜수 낭독 6ㆍ25 참전용사 아내의 편지 SNS 화제

입력
2019.06.07 11:18
0 0

현충일 추념식에서 고 성복환 일병 아내가 쓴 편지 대신 낭독

배우 김혜수가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주년 현충일 추념식에서 6ㆍ25전쟁 참전 학도병 고 성복환 일병의 부인 김차희 여사가 쓴 편지 '당신을 기다리며 보낸 세월'을 읽고 있다. 류효진 기자
배우 김혜수가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주년 현충일 추념식에서 6ㆍ25전쟁 참전 학도병 고 성복환 일병의 부인 김차희 여사가 쓴 편지 '당신을 기다리며 보낸 세월'을 읽고 있다. 류효진 기자

“내게 남겨진 것은 젊은 시절 당신의 증명사진 하나뿐인데 그 사진을 품고 가면 구순이 훌쩍 넘은 내 모습 보고 당신이 놀라지 않을까 걱정되지만, 난 아직도 당신을 만날 날만을 기다립니다.”

6ㆍ25 전쟁 중 남편을 떠나 보낸 아내의 편지 마지막 대목이다. 배우 김혜수가 6일 현충일 추념식에서 낭독한 이 편지가 이틀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다.

김씨는 이날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해 6ㆍ25 전사자 성복환 일병의 아내 김차희(93) 여사가 쓴 편지를 대신 낭독했다. 김 여사의 남편 성 일병은 1950년 8월 10일 학도병으로 입대해 같은 해 10월 13일 백천지구 전투 중 전사했다. 김 여사는 남편 성 일병을 향해 ‘당신을 기다리며 보낸 세월’이라는 제목의 편지를 썼다.

김 여사는 편지에서 “내게 남겨진 것은 당신의 사진 한 장뿐”이라며 “뒤돌아보면 그 가혹한 세월을 어떻게 살아왔는지”라고 회고했다. “어느날, 전쟁과 함께 학도병으로 징집된 후, 상주 상산초등학교서 잠시 머물다 군인들 인파 속에 고향을 지나면서도 부모님께 인사조차 드리지 못하고 떠나는 그 심정 어찌했을까”라며 “전장의 동료에게 전해 받은 쪽지 한 장뿐. 제대로 된 인사도 없이 떠난 후 몇 달 만에 받은 전사 통지는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이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김 여사는 또 “10년을 큰 댁에 머물면서 그 많은 식구들 속에 내 설 자리는 없었다. 시아버님이 돌아가시고 내가 살아 무엇할까, 죽고 싶어 식음을 끊고 지내면서도 친정 엄마 생각에 죽을 수 없었다”고 했다.

"제대로 된 인사도 없이 떠난 후 몇 달 만에 받은 전사 통지는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이었다." 배우 김혜수가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주년 현충일 추념식에서 6ㆍ25전쟁 참전 학도병 고 성복환 일병의 부인 김차희 여사가 쓴 편지를 읽고 있다. 류효진 기자
"제대로 된 인사도 없이 떠난 후 몇 달 만에 받은 전사 통지는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이었다." 배우 김혜수가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주년 현충일 추념식에서 6ㆍ25전쟁 참전 학도병 고 성복환 일병의 부인 김차희 여사가 쓴 편지를 읽고 있다. 류효진 기자

김 여사는 “당신의 흔적을 찾으려 국립묘지에 갈 때마다 회색 비석들이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쓰러져 있는 모습으로 보이는데, 어떤 이가 국립묘지에 구경하러 간다는 말에 가슴이 미어진다”며 “젊은 청춘을 바친 무덤을 보고 어찌 구경하러 간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가끔은 원망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남편을 위해 한 것이 없어 원망할 수 없다고 대답한다”며 “마지막으로 소망이 있다면 당신의 유해가 발굴되어 국립묘지에 함께 묻히고 싶은 것 뿐”이라고 했다.

김 여사는 “내게 남겨진 것은 젊은 시절 당신의 증명사진 하나뿐인데 그 사진을 품고 가면 구순이 훌쩍 넘은 내 모습 보고 당신이 놀라지 않을까 걱정되지만, 난 아직도 당신을 만날 날만을 기다린다”며 편지를 마무리했다. 김혜수씨는 남편을 향한 애절한 마음을 담은 김 여사의 편지를 차분히 낭독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일부 참석자들은 애달픈 사연에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주년 현충일 추념식에서 6ㆍ25전쟁 참전 학도병 고 성복환 일병의 부인 김차희(김정숙 여사 오른쪽) 여사가 쓴 편지를 배우 김혜수가 낭독하는 것을 들으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류효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주년 현충일 추념식에서 6ㆍ25전쟁 참전 학도병 고 성복환 일병의 부인 김차희(김정숙 여사 오른쪽) 여사가 쓴 편지를 배우 김혜수가 낭독하는 것을 들으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류효진 기자

SNS에서는 편지 내용에 마음이 아팠다는 반응과 함께 낭독자로 선 김씨가 긴 세월 남편을 가슴에 묻고 살아 온 아내의 심정을 잘 대변했다는 반응이 7일까지 이어졌다. SNS에는 “김혜수 님이 대신 말해준 김차희 어머님 심정을 잘 들었다. 울컥했다”(fi**********), “내용도 내용이지만 김혜수의 차분한 낭독, 진심이 담긴 낭독이 눈물 나게 하더라”(ah******) 등의 글이 올라왔다.

이날 문 대통령은 추념사에서 “나라를 지켜낸 아버지의 용기와 가족을 지켜낸 어머니의 고단함을 우리는 기억한다”며 “돌아오지 못한 아버지와 남겨진 가족의 삶을 우리는 기억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애국은 바로 이 소중한 기억에서 출발한다”며 “나라를 위한 일에 헛된 죽음은 없다. 나라를 위한 희생은 공동체가 함께 책임져야 할 명예로운 일이다. 오늘의 우리는 수많은 희생 위에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