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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연의 하이킥] 외국인 in K-POP, 정체성 확장의 오늘과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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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연의 하이킥] 외국인 in K-POP, 정체성 확장의 오늘과 내일

입력
2019.06.07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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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반시계방향) Z-BOYS, Z-GIRLS, 박진영, EXP EDITION이 K-POP의 3단계의 포문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제니스미디어콘텐츠, JYP엔터테인먼트, EXP EDITION 공식 SNS 제공
(왼쪽 위부터 반시계방향) Z-BOYS, Z-GIRLS, 박진영, EXP EDITION이 K-POP의 3단계의 포문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제니스미디어콘텐츠, JYP엔터테인먼트, EXP EDITION 공식 SNS 제공

외국인들이 K-POP의 당사자가 됐다. 넓어진 K-POP의 정체성을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

2000년대 한류의 시작과 함께 등장한 'K-POP'이라는 용어가 점점 그 범주를 넓혀가고 있다. 한국 대중음악을 통칭하는 'K-POP'이라는 말은 이제 미국 빌보드 등의 전 세계 메인 차트를 비롯한 음악 시장 전반에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런 가운데 K-POP의 당사자이자 얼굴과도 같은 K-POP 가수들이 K, 즉 한국을 넘어 전 세계인으로 구성되고 있다.

K-POP의 확장은 K-POP의 세계화와 걸음을 나란히 한다. 힌트는 JYP엔터테인먼트 수장 박진영이 지난 2월 '니지(Nizi)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언급한 K-POP의 3단계에서 얻을 수 있다. 박진영은 "1단계의 K-POP이 한국 콘텐츠를 해외로 수출하는 것이었고 2단계가 해외 인재를 발굴해 한국 아티스트들과 혼합하는 것이었다면, 3단계는 해외에서 직접 인재를 육성 및 프로듀싱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일본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니지 프로젝트' 오디션과 데뷔조 또한 K-POP에 속하게 된다.

전원 외국인으로 이뤄진 K-POP 그룹은 더 있다. 지난 2017년 데뷔한 EXP 에디션(EDITION)과 아시아 합작 프로젝트로 올해 공개된 Z-보이즈(BOYS), Z-걸스(GIRLS)가 그 주인공이다. 해외에서 발굴 및 제작된 EXP 에디션은 한국어로 된 노래를 부른다는 점에서, Z-보이즈와 Z-걸스는 한국의 제니스미디어콘텐츠가 제작한다는 점에서 역시 K-POP 그룹이다.

최근은 방송가에서도 K-POP을 향한 외국인들의 바람이 포착되고 있다. JTBC '스테이지K'는 외국 지원자들이 K-POP 커버 댄스를 겨루고, Mnet '유학소녀'에선 서로 다른 10개국에서 모인 소녀들이 K-POP을 비롯한 한국의 여러 문화를 경험하고 있다. '유학소녀'들 중에는 걸그룹을 지망하거나 K-POP 안무가에 대한 꿈을 꾸는 이들도 있어 눈길을 끈다.

이런 사례들이 모여 K-POP의 확장이라는 하나의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그 중요한 이유는 K-POP의 인기 그 자체다. 박진영의 말 중 1단계에 해당하는 콘텐츠의 수출이 많은 이들의 상상을 깨는 수준까지 다양해졌다. 일례로 방탄소년단은 미국 빌보드 메인 차트, 3대 시상식,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 등 팝의 본 고장에서 분명한 존재감을 뽐내는 중이다.

해외에서 인기를 얻는 K-POP 가수들의 특징 중 하나는 그룹 형태와 댄스 음악에 있다. 여태껏 외국인 멤버가 소속된 그룹은 당연히 K-POP으로 인식됐고, 이제는 전원 외국인으로 구성된 그룹도 K-POP의 한 갈래로 등장하고 있다. 또한 K-POP 그룹의 앨범에 외국 작곡가의 음악이나 해외 송캠프를 거친 노래가 탄생하는 것도 이제는 이례적이지 않다.

이와 관련해 한 가요 관계자는 "K-POP 아티스트를 향한 관심을 넘어 제작 역량까지도 글로벌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라고 바라봤다. 또 다른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우리가 몇몇 외국 작곡팀에게 러브콜을 보냈다면, 이제 외국에서 먼저 곡을 제안하는 작곡가도 있다. 이는 계속해서 좋은 노래를 만들 수 있는 선순환"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K-POP의 확장, 박진영이 언급한 K-POP의 3단계는 어떤 식으로 진행될까. EXP 에디션, Z-보이즈, Z-걸스가 아직 대단한 인지도를 얻지는 못했으나, 그 시작을 열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니지 프로젝트 또한 JYP의 프로듀싱으로 일본 뿐만 아니라 글로벌 활동을 예고한 만큼 그 가능성을 입증할 것인지 기대된다.

다만 한국 음악 팬들의 기준에서 이들이 K-POP 아티스트의 범주에 속할 것인지는 고민이 필요하다. 한 관계자는 "몇몇 외국인 멤버들의 그룹 및 소속사 이탈 문제가 있지 않았나. 그들을 바라보는 인식이 아직은 염려된다. 문화적인 차이에서 나오는 갈등도 묵과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시대에 맞춰 점차 극복해나가야 할 문제"라는 생각을 전했다.

가능성을 인정 받은 것은 물론 방탄소년단으로 대표되는 성과까지 내고 있는 K-POP이 이처럼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K-POP을 바라보는 전 세계의 인식이 달라진 만큼, K-POP은 그 정체성과 기준을 키워가면서 확장을 꿈 꾸는 중이다. K-POP이 전 세계에서 존재감을 더욱 넓혀가는 데 이런 현상이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 지켜볼 만 하다.

이호연 기자 ho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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