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외교 이슈로 한미 동맹 부각 “대북정책 목표보다 현실화해야”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부정적인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뚜렷했던 작년과 달리 올해 2월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측이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 무력시위를 감행하자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신뢰나 관심도가 줄어든 양상이다.
6일 본보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냐’는 질문에 응답자 1,000명 중 51.1%는 ‘매우 잘하고 있다’ 또는 ‘대체로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대체로 혹은 매우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47.1%로 긍정, 부정 평가가 비등하게 나타났다. 세대별로는 40대 응답자의 64.8%가 대북정책을 긍정적으로 보는 등 30~50대에서 긍정 평가가 우세했으나, 20대와 60대이상에서는 부정 답변이 많았다.

응답자의 이념성향에 따라 대북정책 지지도는 확연히 갈렸다. 본인이 진보성향이라고 답한 이들(293명) 중 긍정 평가는 74.1%로 부정 평가(25.7%)에 비해 우세했다. 반면 보수층(234명)의 31.4%만 현 대북정책을 긍정적으로 봤으며 부정 평가는 67.4%에 달했다. 중도파(408명) 중에서도 부정적 답변(50.8%)이 긍정 답변(47.7%)을 앞질렀다. 하노이 2차 북미 회담 후 보수층의 대북 협상 회의론이 커지면서 생겨난 여론 균열이 확인된 것이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은 “지난해 1~3차 남북정상회담과 6∙12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 해빙 국면에선 보수층 포함 전체 대북정책 지지도가 70%를 웃돌았지만, 하노이 ‘노딜’ 여파로 긍정 평가가 40~50%로 떨어졌다”며 “정부∙여당의 메인 이슈가 신뢰를 잃으면서 국정 지지 동력도 약화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남북미 3자가 비핵화∙평화체제 협상 돌파구를 찾을 것이란 낙관론이 옅어짐에 따라 남북관계 문제는 국정 중요도에서 밀려나는 분위기다. ‘외교정책은 어떤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한미동맹 강화를 꼽은 비율이 30.5%로 가장 높았으며, 다자외교 강화(22.1%)에 이어 남북관계 개선(21.9%)은 3위에 그쳤다. 대북정책은 앞서 3월 한국리서치가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일자리∙고용, 저출산 등 10대 국정과제 중 최하위 우선순위를 기록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대북정책을 보다 현실화함으로써 회의론을 돌파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정부가 지난해 북한을 대화로 견인하려다 보니 대북 협상 기대치를 지나치게 높여놨다”며 “성과가 났으면 여론도 환영했겠지만 북미협상 좌초로 북한에 대한 실망까지 전부 뒤집어 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신 센터장은 “올해도 북한 이슈를 버릴 순 없겠지만 국제공조 강화, 경제외교 다변화 등 여타 외교안보 과제와 균형을 맞추면서 자연스럽게 대북 목표치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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