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던 행인을 ‘묻지마 폭행’한 혐의를 받는 조현병 환자가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법원은 “치료를 잘 받으면 정상적으로 살 수 있다”면서 다시 한 번 기회를 줬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 차문호)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조현병 환자 A씨에게 징역 2년6월 실형을 선고한 1심과 달리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석방했다.
재판부는 “약을 잘 먹고 치료 잘 받으면 정상적으로 살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번에는 잘 치료 받으라는 차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정신질환 치료가 잠시 이뤄지지 못해 A씨가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범행이 이뤄졌다"면서 “큰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이 엄벌을 바랄 법도 한데 모두 다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확히 해 양형 사유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언제 이런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면서 “약을 먹지 않으면 본인과 가족은 물론 주변 사람에게도 피해를 준다는 마음으로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약을 하루라도 안 먹으면 다시 감옥에 간다고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는 재판장의 당부에 A씨는 “네”라고 대답한 뒤 고개를 숙였다.
A씨는 지난해 6월 서울 영등포구 한 주유소에서 주유비를 받으려는 직원을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 날 지나가던 행인과 택시 기사를 폭행한 혐의도 있다. 1심은 "이른바 '묻지마 폭행'으로 죄질이 매우 나쁘고 피해자가 중상을 입었다"면서 징역 2년6월 실형을 선고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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