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보수와 진보의 화합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추념사에서 “애국 앞에 보수와 진보가 없다. 기득권이나 사익이 아니라 국가공동체의 운명을 자신의 운명으로 여기는 마음이 애국”이라며 “기득권에 매달린다면 보수든 진보든 진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보훈의 의미에 대해 “스스로를 보수라고 생각하든 진보라고 생각하든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상식선에서 애국을 생각한다면 통합된 사회로 발전해갈 수 있을 것”이라며 “그것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보훈”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추념사 도중 최근 청해부대 최영함 입항 행사 중 사고로 순직한 고(故) 최종근 하사를 거론한 뒤 유가족과 동료들에게 위로의 박수를 청했다. 추념사 원고에 없던 내용을 즉석에서 추가한 것이다. 현충탑 분향도 최 하사 부모에게 양보했다. 대통령 내외가 하는 대표 분향을 순직 유공자 부모가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등과도 인사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추념사에서 통합을 강조하면서 약산 김원봉의 공적을 거론한 것이 다시 정치권의 쟁점으로 불거진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문 대통령이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광복군에) 편입되어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 역량을 집결했다”라고 한 대목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귀를 의심케 한다”며 문제 삼았다. 김원봉이 북한 정권 수립에 참여했다는 이유에서다. 사회주의 독립운동가에 대한 평가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다만 문 대통령이 나라를 지키는 데 좌우나 남녀노소가 따로 있을 수 없다는 차원에서 언급한 내용을 과잉 해석하며 통합의 메시지를 폄하하는 건 안타깝다.
문 대통령이 호국영령을 기리는 행사에서 통합과 화합을 유독 강조한 것은 좌우로 갈라져 반목하는 우리 사회 이념 갈등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이 같은 우리 사회의 분열상은 여야 정치권이 편가르기 정쟁으로 갈등을 조장해온 데 큰 책임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더 이상의 국론 분열을 막으려면 문 대통령과 집권당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 좌우를 벗어나 국익의 관점에서 정책과 인사를 실행하는 게 중요하다. 통합과 화합이라는 현충일 메시지를 당장 실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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