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경찰에서 인계 받은 구속피의자를 인권감독관이 먼저 면담하는 제도를 시범 시행한 결과 인권개선과 방어권 보장에 효과가 있다고 보고 하반기부터 전국 검찰청에 도입할 것을 검토 중이다.
대검찰청 인권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전국 26개 청에서 인권감독관 면담제도를 시범 시행한 결과 수갑ㆍ포승줄 등 보호장비 사용이 감소하고 변호인 참여권 보장 등 피의자의 방어권이 증진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구속피의자 면담제도는 사건이 경찰에서 검찰로 송치된 당일 인권감독관이 피의자를 면담해 수사와 관련한 불만 등을 듣도록 하는 제도다. 수사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있었는지를 포함해 몸 상태, 변호인 참여 희망 여부, 가족 통지 희망 여부 등 피의자 인권과 관련한 대화를 하게 된다.
원래는 주임검사가 구속피의자를 1차례 조사한 뒤 구치소에 입감했다. 주임검사실에서 여러 피의자들이 조사받다 보니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도주 우려 때문에 수갑이나 포승줄 등 보호장비를 채우는 경우가 많아 인권침해 논란이 일었다. 개별 이동이 안돼서 전체 구속 피의자들 조사가 다 끝날 때까지 기다리게 하다 보니 피의자들의 저녁식사를 제때 하지 못하는 상황도 종종 있었다.
지난해 7월 출범한 인권부는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고자 인권감독관이 구속 피의자를 면담하는 제도를 지난해 12월부터 서울중앙지검과 서울동부지검, 수원지검 등 전국 17개청에서 시범시행하고, 지난달부터 서울서부지검과 전주지검 등 9개청에 추가로 도입했다.
대검은 시범실시 기간 동안 다양한 인권 보호 사례가 나왔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에서는 지난해 12월 인권감독관이 구속피의자를 면담하는 과정에서 피의자의 구속 기간이 만료된 사실을 파악해 즉각 석방 조치한 경우가 있었다. 지난달 말 서울북부지검에서는 살인미수 사건 피의자와 면담 도중 가해자와 피해자 양측 모두 병원비를 부담할 돈이 없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피해자에 대한 치료비 등 긴급 지원을 결정했다. 또 보통 오후 8시쯤 이뤄지던 구치소 입감 시간도 오후 1시, 심지어 오전 11시까지 당길 수 있었다.
인권부 관계자는 “장시간 대기 없이 피의자들이 인권감독관 면담 뒤 바로 입감되고, 주임검사 조사 때도 변호인 참여가 원활하게 이뤄지다 보니 수갑이나 포승줄 같은 보호장구 사용이 크게 줄었다”며 “다음달 시범실시가 끝나는 대로 전국 모든 청에 이 제도 도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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