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모욕적 말에 우발적…참작할 만한 사정 있다” 밝혀
늦은 밤 술에 취한 10대 여성 승객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듣자 외진 곳으로 끌고가 폭행하고 흉기로 위협한 40대 택시기사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신혁재)는 특수감금치상 혐의로 기소된 택시기사 정모(43)씨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160시간 이수를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정씨는 지난 1월 11일 오전 2시 30분쯤 서울 마포구에서 태운 여성 승객 A(19)씨를 인적이 드문 곳으로 데려가 얼굴을 여러 차례 때리고 감금한 뒤 위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씨는 택시를 세운 뒤 A씨가 앉아 있던 뒷좌석으로 가 몸을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주먹으로 얼굴을 수 차례 때렸고, 차 안에 있던 흉기를 얼굴에 들이밀며 “움직이면 죽여버린다”며 위협했다. A씨가 반항하자 청테이프로 양 손을 묶었고 눈을 가린 뒤 얼굴을 청테이프로 감기도 했다. A씨는 정씨의 손을 뿌리치고 택시에서 내려 가까스로 도망쳤지만 눈 주위에 2주간 치료가 필요한 타박상을 입었다.
정씨는 자신보다 어린 승객이 “택시 운전해서 밥은 벌어 먹고 사냐”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의 자식은 무슨 죄냐” 등의 모욕적인 언사를 하자 화가 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늦은 밤 택시에 혼자 탄 나이 어린 여성을 협박했고, 청테이프로 신체를 결박해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피해자가 상해를 입은 데다 정신적으로도 큰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며 정씨에 대한 처벌을 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폭행하고 감금한 시간이 10분에 미치지 않고, 택시 문을 열어둔 상태에서 스스로 감금행위를 중단해 피해자가 탈출할 수 있게 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가 술에 취해 모욕적인 말을 한 것에 화가 나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여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고, 범행을 인정하며 진지하게 반성 중”이라고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밝혔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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