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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월드컵 특집] '엄마의 아름다운 도전' 세계 최고 월드컵 무대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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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월드컵 특집] '엄마의 아름다운 도전' 세계 최고 월드컵 무대 서다

입력
2019.06.07 07:00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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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개막하는 2019 프랑스 국제축구연맹 여자월드컵 대표팀 최종명단에 이름을 올린 황보람이 딸 이봄양과 활짝 웃고 있다. 황보람 제공
8일 개막하는 2019 프랑스 국제축구연맹 여자월드컵 대표팀 최종명단에 이름을 올린 황보람이 딸 이봄양과 활짝 웃고 있다. 황보람 제공

여성에게 출산은 인생에서 가장 힘든 결정 중 하나다. 육체적인 고통도 고통이지만 자신의 꿈과 육아를 저울질 해야만 하는, 난처한 상황에 처하기 때문이다. 특히 신체 능력의 극한을 끌어내야 하는 스포츠에서 출산은 곧 은퇴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 한계를 극복한 위대한 ‘엄마’들이 있다. 8일 프랑스에서 막을 올리는 2019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에서 그라운드를 누비는 엄마 선수들이다.

황보람(32ㆍ화천KSPO)은 한국 축구 사상 최초로 월드컵에 나서는 엄마 선수다. 4년 전 캐나다 월드컵에서 주전 수비수로 활약하며 16강을 견인했다. 월드컵 경기 중 프로포즈를 받고 결혼에 골인해 지난해 2월 딸 이봄 양을 순산했다. 주변에선 은퇴를 예상했지만 한국 구기종목 선수 가운데 99%가 출산 후 경력단절을 겪는 현실을 극복하고 싶었다. 1년 만에 여자실업축구 WK리그에 복귀해 매 경기 풀타임 활약하며 월드컵 최종 명단 23인에 선발됐다. 출산 후 448일 만이었다. 황보람은 “앞으로 같은 고민을 할 후배들에게 보다 나은 선택지를 내놓고 싶어 여자월드컵 무대에 다시 도전하려 한다”는 다짐을 끝내 이뤘다.(본보 4월 23일자)

미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의 제시카 맥도날드와 아들 제레미야. 제시카 맥도날드 인스타그램 캡처
미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의 제시카 맥도날드와 아들 제레미야. 제시카 맥도날드 인스타그램 캡처

미국의 제시카 맥도날드(31ㆍ노스캐롤라이나 커리지)의 사연은 더 극적이다. 맥도날드는 데뷔 첫 해였던 2010년 불의의 무릎 부상으로 수술과 재활을 거듭했고 2년 뒤엔 아들 제레미아(7)를 낳았다. 한창 선수로 뛰어야 할 20대 초반 은퇴 기로에 섰다. 맥도날드는 미국 프로사커USA와의 인터뷰에서 “은퇴를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아들 덕분에 선수 생활에 대한 동기부여가 됐다”며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내 여정을 계속할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지구 반대편 호주의 멜버른 빅토리를 시작으로 미국여자축구리그(NWSL) 다섯 개 팀을 전전하던 맥도날드는 2016년 드디어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웨스턴뉴욕플래시에서 시즌 10골을 터트리며 팀에 리그 우승을 안겼다. 28살 늦은 나이에 처음 국가대표에도 선발됐다. 2017년 현재 소속팀으로 옮겨 지난해 다시 한 번 팀을 정상으로 이끌며 NWSL 최고의 스타가 됐다. 그는 이번이 첫 월드컵 무대다.

미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의 전 멤버였던 에미미 로드리게즈가 아들 라이언(오른쪽)과 루크(왼쪽)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에이미 로드리게즈 인스타그램 캡처
미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의 전 멤버였던 에미미 로드리게즈가 아들 라이언(오른쪽)과 루크(왼쪽)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에이미 로드리게즈 인스타그램 캡처

역대 여자 월드컵에서 활약한 엄마 선수들은 손에 꼽힌다. 경력 단절 없이 30대 후반까지 선수생활이 가능한 환경을 갖춘 미국 선수들이 다수다. 조이 포쳇(51)은 1991년 미국에 여자월드컵 첫 우승을 안긴 전설적인 수비수다. 포쳇은 1994년부터 2003년까지 딸 케이틀린과 칼리, 매들린을 낳으면서도 3번의 월드컵에 개근하며 미국을 여자축구 최강팀으로 올려놨다.

최근엔 2011년 월드컵에서 4골 3어시스트로 맹활약한 미국 여자축구 최고의 스타 에이미 로드리게즈(32ㆍ유타 로열즈)가 있다. 로드리게즈는 출산 2년 만에 2015년 캐나다 대회에 다시 한 번 참가해 ‘엄마의 저력’을 보여줬다. 로드리게즈는 이번 월드컵 대표팀 명단에는 들지 못했다.

아르헨티나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의 로레나 베니테즈(왼쪽)가 지난달 29일 SNS에 쌍둥이와 배우자 베로니카와 함께 찍은 사진을 게시했다. 로레나 베니테즈 인스타그램 캡처
아르헨티나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의 로레나 베니테즈(왼쪽)가 지난달 29일 SNS에 쌍둥이와 배우자 베로니카와 함께 찍은 사진을 게시했다. 로레나 베니테즈 인스타그램 캡처

한편 프랑스 월드컵에 참가하는 엄마 중 출산을 경험하지 않은 선수들도 있다. 동성 결혼이 합법화된 유럽 등지에선 선수는 프로생활에 집중하는 대신 상대 배우자가 인공수정으로 자녀를 갖는 사례가 많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미드필더 로레나 베니테즈(21ㆍ보카주니어스 킴벌리)는 지난달 배우자 베로니카의 출산으로 쌍둥이의 엄마가 됐다. 베니테즈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너희는 나를 항상 강하게 만든다”며 이번 대회에서의 선전을 다짐했다. 지소연의 팀 동료이자 스웨덴의 주전 골키퍼 헤드빅 린달(36ㆍ첼시레이디스), 네덜란드의 셰리다 스피처(29ㆍ볼레렝아 포트발)도 대표적인 출산 경험 없는 엄마 선수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주소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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